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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Story/이런저런 소식 News

모스크바 승전기념일 맞이 예행 연습 현장을 담다

by 차가운 가을 2011. 5. 5.

5월 3일 저녁 시내에 일이 있어 나갔는데 뜨베르스까야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도로는 차량진입이 통제되어 있었고, 곳곳에 군인들이 비옷을 걸치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생각해보니 5월 9일 '승전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전 연습 행진을 하기위해서임을 알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 '승전 기념일'은 '새해'다음으로 크게 보내는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고 떠들썩하게 보내는 국경일 중 하나이다.

'승전 기념일'은 소련이 세계 제 2차 대전에서 독일에 승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5월 9일 소련군은 베를린 전투에서 나찌군에게 최후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승리를 하게된다.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비화가 있다.

실제 독일이 연합국과 합의를 통해 최초로 항복문서에 서명한 날짜는 5월 7일이다. 항복문서에는 독일이 5월 8일 0시를 기해 전쟁을 종식한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서방은 서방은 5월 8일을 승전 기념일로 정했다. 하지만 2차 대전 말기 서방 연합국의 소련 고립 의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스딸린은 최초 항복 문서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소련이 부각되는 더욱 화려한 형태의 항복 문서를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연합국의 동의로 독일군 대표는 베를린 시각 22시 43분에 소련의 전쟁 영웅 주꼬프 원수 앞에서 항복 문서에 재차 서명하게 된다. 독일과 2시간 시차가 나는 모스크바 시각으로는 5월 9일이었다. 그래서 소련의 승전 기념일은 5월 9일이 되었으며 아직까지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세계 제 2차 대전에서 사망한 군인수는 2,700만명 이상, 민간인은 2,50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대략 5,000-5,500백만 정도로 보는 것 같은데 희생자수의 수치는 각 자료마다 약간씩 다르다. 워낙 많은 희생자수가 난 전쟁이라 정확한 통계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 제 2차 대전 참전국 중 가장 많은 사망자수를 기록한 나라가 바로 소련이다. 마찬가지로 통계 수치는 각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소련군의 전사자수가 1,360만명, 민간인 포함 사망자는 2,000만명 이라고 되어 있고, http://www.world-war-2.info/statistics/에서는 소련군 전사자수가 1,200만명, 민간인은 1,700만명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는 민간인 사망자수가 무려 1,000만명이나 차이나는 수치다. 열린 백과 오픈토리에서는 소련군 900만을 포함하여 총 2,400백만명의 소련인 희생자수가 발생하였다고 기록되어있다. 또 러시아 위키페디아에는 소련군 및 민간인 전체 희생자수를 2,700만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사망자수는 소련 전체 인구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엄청난 희생자수때문에 소련은 전후 인구 조사를 비밀리에 부쳤다고 한다. 그 희생자수가 알려질 경우 스딸린의 정치적 위상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어쨌든 그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수가 발생한 폴란드와 독일(대략 각각 민간인 포함 600만 정도)에 비해서도 대단히 많은 숫자이며 전체 희생자수의 반에 해당되는 엄청난 수치이다. 그러니 제 2차 세계 대전의 승리가 러시아로서는 얼마나 기쁘고 환희에 찬 일이겠는가!

'승전 기념일' 예행 연습은 3일 부터 시작해서 9일 본 행사가 있기 전까지 거의 매일 실시된다. 따라서 시내쪽 도로 곳곳이 예행 연습 시간에 맞춰 통제된다. 3일은 저녁 6시부터 통제되었다. 마침 글쓴이가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뜨베르스까야 거리. 통제하는 군인이 비옷을 걸치고 있다. 몇 차례 비가 내리고 그치고를 반복해서 우산이 없었던 글쓴이는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어야했다. 


8시가 좀 넘자 각종 군사 차량과 무기들이 줄지어 거리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ГАЗ-233014 <Тигр, 타이거> 정찰차



БТР-80 장갑차


Т-90 전차


Мста-С 자주포
 


대공 미사일 БУК 


Смерч(스메르치) 자주 로켓포 


대공 미사일 C-400 Триумф(트리움프)


전략 무기 Искандер(이스칸더르) 이동식 미사일


신형 Тополь(또뽈). 전장 22미터, 중량 45톤 이상, 직경 1.86m. 궤도를 자유자재로 전환하여 목표물에 타격시킬 수 있는 신형 원격 조정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3단 추진 고체 연료를 사용하여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며, 다탄두 탑재가 가능해 목표물에 접근하면 여러 탄두로 나뉘어져 진짜 핵탄두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위장술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자랑하는 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로 유명하며, 사거리는 11,000 km이고, 탄두 무게는 1톤, 0.55메가톤급의 핵을 탑재한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 원자폭탄보다 무려 28배 정도 강력하다. 차량이동식이며, 차량(MAZ-7916) 위 미사일 모양의 원통이 발사대인데, 그 안에 토폴-M이 들어 있다. 이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워 발사한다. 
 


КЭТ-Т 대형구난트럭


마지막으로 응급 치료 차량들이 뒤를 이었다. 


붉은 광장에서도 한창 예행 연습이 진행중이라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뜨베르스까야 거리에 정지 대기하고 있어서 여유롭게 구경하며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모스크바를 세운 유리 돌고루끼를 배경으로도 찍어보았는데 군장비 명칭은 모르겠음.
 


Т-90 전차. 해가 지고 있어서 석양이 내려앉아 조금씩 어두워져간다. 


여러 군사 무기들이 정렬해있고 도로가에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붉은 광장앞에 대기하고 있는 여러 대의 대공 미사일 БУК 


ГАЗ-233014 <Тигр, 타이거> 정찰차량과 БТР-80 장갑차.


붉은 광장쪽에서 뜨베르스까야 거리를 보고 한 장 담아보았다. 여러 장비들이 거리를 한 가득 메우고 있다.


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인파들이 모여들었다. 이때가 밤 11시가 넘었던 걸로 기억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독일인들도 꽤 보였다는 것. 


МХАТ(체홉 예술 극장)앞에 Т-90전차가 서 있다.


군인들이 모여서 지휘관의 말을 듣고 있는 듯. 


붉은 광장과 역사 박물관, 끄레믈 야경을 배경으로 한 장 담아보았다. 이때가 12시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아주 밤늦게까지 연습이 진행된 것이다. 


이건 붉은 광장을 뒤로하고 뜨베르스까야 거리쪽으로 찍은 사진. 


드디어 붉은 광장으로 들어갈 차례가 되자 줄지어 늘어선 장비들이 시동을 켜고 불을 밝히고 준비를 한다.


붉은 광장으로 들어가는 군장비들.


우연한 기회로 예행 연습을 보게 되고 사진도 담을 수 있어서 뜻밖에 운이 좋은 저녁이었다. 좀 더 많은 군사 무기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꽤 멋진 구경거리였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군인들, 도로가에 서서 벌벌 떨며 통제하는 군인들을 보니 옛날 군생활도 추억하며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예행 연습 무시히 잘 하고 본 행사도 훌륭하게 끝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