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러시아 하면 추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여름에도 꽤 쌀쌀한 줄로만 알고 있다. 러시아 땅덩어리가 얼마나 넓은데 기후가 다 똑같겠는가! 물론 평균적으로 한국보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시원하다.
그런데 그런 러시아가 변했다. 변해도 단단히 미칠 정도로 변해 버렸다. 러시아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단단히 시름하고 있다. 불과 작년에만 해도 감히 상상도 못한 일들이 지금 러시아에 일어나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 무슨 큰 일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이다. 인류 최후의 날 아마겟돈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래 표는 2010년 6월과 7월 및 8월에 모스크바의 최고 온도를 기록한 날들을 나타낸 도표이다. 올해 석달 동안 무려 15차례나 해당 날의 최고 온도 기록을 갱신했다. 이 도표상으로 보면 최저 기온이 32.4도, 최고 기온은 38.2도에 이른다. 올해 이전 같은 날 최고 온도를 기록한 해를 보면 가장 가까웠던 시기는 1999년 6월 25일로 32.5도를 기록했고, 가장 먼 시기는 1880년 8월 4일로 34도를 기록했다. 지금 모스크바의 더위가 얼마나 심한지 짐작이 갈 것이다.
글쓴이의 기억으로도 6월 말 부터 지금까지 30도 밑으로 내려간 기억이 없다. 보통 모스크바의 여름 평균 온도는 25도 정도이며 30도를 넘는 날이 많지 않다. 그런데 올해 7월의 평균 온도는 예년 보다 7도나 높다.
기온이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올라가다보니 곳곳에 작고 큰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자연 재해 대책 본부(МЧС России)에 따르면 8월 6일 금요일 총 831건의 화재 발생이 등록되었으며, 그 중 이탄(토탄-땅속에 묻힌 시간이 오래되지 아니하여 완전히 탄화하지 못한 석탄)으로 인한 화재 발생은 42건 이라고 한다. 또한 소방 대원들의 기록에 따르면 8월 5일 목요일 등록된 총 산불 화재 건수는 843건이며, 그 중 이탄으로 인한 화재는 47건 이라고 한다.
산불로 인해 18만 헥타르에 이르는 거대한 숲이 불에 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국립 공원 및 자연 보호지에서 난 화재만 해도 50여 건 이상이며, 1만 8천 헥타르에 이르는 지역이 불에 완전히 탔다고 한다. 곳곳에 대규모 화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비행기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폴란드,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이 이재민들과 화재 피해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고 한다.
현재 잦은 산불 때문에 숲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것이 금지되었다. 여름이면 숲에 옹기종기 모여 샤쉴릭을 즐겨 구워먹는데 이제는 그것도 힘들게 됐다.
[출처 - http://www.gazeta.ru]
위 그림은 러시아 전역 화재 발생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모스크바 부근에 특히 많다. 모스크바 근교 숲 곳곳에 발생한 화재 때문에 모스크바는 지금 독한 연기에 둘러싸여 있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자욱한 안개가 깔린 것 처럼 매캐한 연기가 짙게 깔려 시야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호흡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시계는 심할 경우 200미터 미만이라고 한다. 이 연기는 현재 모스크바 전 지역에 널리 퍼져있다.
시야를 심하게 가리는 연기 때문에 공항의 비행기 시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해당 공항에 착륙을 하지 못하고 다른 공항이나 다른 나라에 착륙을 하는 상황까지 일어나고 있다. 지금 모스크바 공항은 찌는 날씨에 북적이는 사람들로 난리라고 한다.
독한 연기 때문에 약국에는 마스크가 없어서 못 팔 정도이며, 구급차 호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는 평소보다 퇴근 시간을 앞당겨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박물관이나 유원지도 일찍 문을 닫고 있을 정도다. 방 안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연기가 방 안까지 들어오는데 불에 타는 매캐한 냄새로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대기 중 유해 물질 농도를 측정해보면 탄소는 허용 기준치보다 최대 5배, 부유 물질은 허용 기준치보다 최대 3배, 특수 탄화수소는 평균치보다 최대 3.2배 높다고 한다.
이 지독한 연기 현상은 다음 주 화요일(8월 10일)까지 지속된다고 하는데 사실일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이다. 그 사이 화재 진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또 다른 화재가 발생한다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추운 겨울도 아니고, 무슨 전염병이 도는 것도 아닌데 한 여름에 화재 연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하는 모스크바의 괴상한 여름날들이다. 얼른 이 악몽같은 날들이 지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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