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은 '러시아의 날 День России)이다. 1990년 6월 12일 러시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국가 독립 선언(Декларация о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м суверенитете РСФСР)이 인민대의원 첫 대회로 채택되었다. 1992년 부터 이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는데 '러시아의 날'이라는 명칭은 2002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2001년 부터 휴일로 지정되었다.
이 날은 '러시아의 날'이기도 하지만 '한민족 문화 큰 잔치'를 하는 날이기도 하다. '한민족 문화 큰 잔치'는 한국문화원 및 원불교의 모스크바 교당 부설 원광학국학교 주최로 열리는 한마당으로 올해 18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고려인, 러시아인, 외국인 등 총 2천 2백여명이 참석해 축제장은 흥겨움으로 넘쳐났다.
글쓴이는 몇 년 동안 이곳에 살았어도 이 행사에 대한 정보를 몰랐는데 우연히 알게되어 참석하여 즐기며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왜 지금까지 이렇게 재밌는 축제를 몰랐을까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풍성한 볼거리, 넘치는 즐길거리, 푸짐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흐뭇한 경품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이곳저곳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며 준비한 표가 났다.
지나모(Динамо)의 육군중앙스포츠클럽(ЦСКА)의 육상 및 축구 실내경기장에서 열렸는데 문 앞에 행사 안내가 붙어있다.
행사장 복도에는 각종 먹거리, 양념, 장난감 등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판매하는 곳도 있었고 고려인들이 판매한 곳도 있었는데 마치 한국의 길거리 가게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주변에서 보기 힘든 한국적인 또는 고려인적인 것들을 보니 절로 반가워졌다.
10시 30분부터 방문자들을 맞아 11시에 여는 마당으로 길놀이와 개회식을 가졌다. 길놀이는 사물놀이패들이 흥겨운 풍물로 흥을 돋우었다. 꽤 규모가 큰 행사였기 때문에 행사 진행 요원만해도 꽤 많았다. 태극기와 러시아 국기를 뒤따라 행사 진행 요원들이 줄을 서 행사장 중앙을 메웠다. 사회자들의 진행에 따라 개회식에 필요한 의식이 행해지고 각계 인사들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징을 울리며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11시 30분부터 1시까지 놀이 마당이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꽤 많은 사람들(2천 200여명으로 추정)이 이 축제에 참여했는데 수많은 놀이를 즐기기에는 시간이 부족해보였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놀이는 공기놀이, 굴렁쇠굴리기, 투호, 제기차기, 긴줄넘기, 비석치기, 젓가락질, 줄넘기, 칠교놀이, 윷놀이, 줄씨름. 세발 자전기, 널뛰기, 지게짐 나르기, 외발씨름, 연꽃 만들기, 얼굴 그림 놀이, 풍물 배우기, 고로드끼(городки, 나무토막 5개를 세워놓고 일정한 거리에서 나무막대기를 던져 맞히는 놀이) 등인데 얼마나 많은 놀이를 준비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우리 전통 놀이 및 요즘에도 즐기는 놀이뿐만 아니라 러시아 놀이까지 참 다양했다.
투호놀이. 전통적인 투호통 대신에 플라스틱통이 준비되었다. 시간 내에 일정 개수 이상을 집어넣으면 상품까지 준다. 그래서 다들 부지런히 통을 향해 활을 내던진다.
한쪽에선 여러사람들이 둘러앉아 공기놀이를 즐긴다.
여긴 긴줄넘기를...
여기선 외발씨름이 한창이다. 외발씨름은 결승전까지 치뤄 큰 상품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다들 더 열심인 듯.
칠교놀이. 칠교놀이는 일종의 퍼즐놀이로 정사각형 모양의 나무판을 7조각으로 잘라 일정의 모양으로 맞추는 놀이로 꽤 역사가 길다고 한다. 주로 손님이 찾아왔을 때 주인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즐겨서 유객판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이건 윷놀이. 칠교놀이와 마찬가지로 나무로 만든 것은 아니고 다같이 재밌게 즐기기 위해 크게 만들었다.
줄씨름 놀이.
고로드끼 놀이. 생각보다 다 쓰러뜨리기가 만만치않아보였다.
널뛰기 놀이. 서로서로 번갈아가면서 뛰어야하는데 다들 동시에 뛰다보니 제대로 널뛰기가 될리가 없다.
비석치기놀이. 비석치기는 돌로 하는데 여기선 대신 나무판을 준비했다.
얼굴에 태극기, 연꽃, 동물 등 여러 문양도 그려넣어준다.
한복 체험. 꽤 다양한 종류의 한복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일반 한복, 혼인복, 임금님 의복, 왕관, 족두리 등등. 한복은 외국인들이 입어도 참 예쁘고 잘 어울리는 듯.
다들 사진찍기에 바쁘다.
풍물 배우기. 당수가 러시아 여자인데 배운지가 꽤 오래되었는지 수준급이었다.
줄넘기 놀이, 3명이서 줄넘기를 하면서 반환점을 돌아 일등으로 들어오면 상품이 주어진다.
연꽃 만들기. 종이꽃위로 연잎을 곱게 아리따운 색깔로 붙이면 연꽃이 피어난다.
1시간 30분 간의 놀이 마당이 끝나고 20여분 동안의 점심 시간이 주어졌다. 점심 식사 후 제기차기 및 외발 씨름 경연이 펼쳐졌다.
또 안동에서 직접 인간 문화재 분들이 오셔서 하회탈 공연도 이루어졌다.
이어서 원광학교 무용반 및 아리랑 무용단의 의 멋진 무용으로 무대는 아름답게 수놓아졋다.
꽤 신선한 충격이었던 부분인데 샤이니 팬 40여명이 샤이니 노래에 맞춰 춤공연을 준비했다. 몇 명 빼고는 그리 잘 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모스크바에 샤이니 팬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 가수들이 러시아에도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이다. 실제 원광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여자애들의 상당수가 빅뱅, 샤이니, 동방신기 등의 팬이라고 한다.
러시아 비보이들의 화려하고 멋진 공연도 마련되었다. 한국의 비보이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난이도높고 격렬하며 신나는 공연을 보여주었다.
고려인 및 러시아 가수들도 한국 노래로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노래에 이어 또 한국 무용이 이어졌다.
이어서 또 흥겨운 사물놀이 한 판.
러시아 비보이들이 또 다른 멋진 춤과 묘기를 선보인다.
다같이 나와서 춤추는 시간도 짧게나마 마련되었는데 어린 소년들의 춤솜씨도 만만치않았다.
준비된 공연이 끝나고 줄다리기 경기가 진행되었다. 먼저 어린이 줄다리기부터. 재밌었던 점은 따로 팀을 만들어서 한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가서 줄을 당겼다. 따로 인원수도 세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어른이 슬쩍 끼는 경우도 있었다. 어린이들이라 자칫 위험해보이기도 했는데 아무도 다치거나 하는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듯.
성인부 줄다리기.
줄다리가가 끝나고 경품 추천의 시간이 이어졌다. 경품 추천의 최고인 모스크바-서울 간 대한항공 항공권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노트북, MP3, 안마기, 밥솥, 화장품, 진공 청소기, 정수기, 공기청정기, 가방, 시계, 과자, 음료수 등등 아주 푸짐한 경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당첨된 사람들이 경품을 받아가고 있다. 대한항공권은 어떤 고려인 아주머니에게 돌아갔다.
4시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다들 집으로...
한국인, 고려인뿐만 아니라 러시아인들 심지어는 흑인들까지 눈에 띌 정도로 꽤 다양한 국적 및 인종들이 참여해 한국의 여러 문화를 체험하며 어우러지는 한마당이었다. 사실 애국주의, 국가주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먼 이국땅에서 한국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을 만나는 일, 그리고 그런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다.
약간 아쉬운 점은 11시부터 4시까지 총 5시간에 걸쳐 축제가 진행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준비한 놀이 및 공연, 참석 인원수에 비해서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한다. 놀이마당 시간을 1시간 정도 더 늘렸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러시아 비보이들 공연도 좋았지만 한국의 태권도 공연도 곁들여졌으면 더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현실적인 여건상 어렵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끝으로 멋드러지고 흥겨운 축제 '한민족 문화 큰 잔치'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많은 수고를 하셨을 한국문화원 및 원광한국학교와 행사진행요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매년 6월 12일 ЦСКА 실내 경기장(М. Динамо, Ленинградский проспект, д.39, стр.1)에서 행사가 열리니 여건이 되시는 분들은 꼭 참석하셔서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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