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베쩨는 소비에트 시기(1935-1954)에 지어졌으며 공식적으로 처음 문을 연 것은 1939년이다. 초기 명칭은 ВСХВ(베세하베)였다가 1959년 ВДНХ(베데엔하)로 바뀐 후 1992년에 다시 지금의 명칭인 ВВЦ로 바뀌었다.
베베쩨는 현재 일년에 150여 건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총 면적은 257.5헥타르에 이른다. 이곳은 각종 전시회뿐만 아니라 전자 제품 등을 판매하는 매장도 갖추고 있다. 또한 각종 놀이 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식당도 줄지어 서 있어 모스크바 시민들의 유원지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봄에 열리는 책 전시회는 주로 러시아 및 CSI 출판사가 참가하는 작은 규모이고, 가을 책 전시회는 유럽, 남미 및 아시아 등 여러 대륙의 출판사들도 참가하는 국제 책 전시회로 상당히 규모가 크다.
2009년 봄까지는 규모가 작은 봄 전시회일 경우 57파빌리온에서, 국제 책 전시회인 가을 전시회일 경우에는 57파빌리온과 주변 건물에서 열렸었다. 그러다가 2009년 75파빌리온이 새로 완공된 후부터 가을 전시회는 그곳에서 개최되기 시작했다. 이번 봄 전시회는 57파빌리온에서 열렸다.
전시회 일정은 누리집집 http://www.vvcentre.ru/ 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봄 전시회는 3월 16-21일까지 6일 동안 열렸다. 베베쩨 입구에 큼지막하게 책 전시회 장소와 날짜를 알리는 알림판이 붙어 있다.
57파빌리온으로 가다보면 중간 쯤에 황금 분수가 눈에 띈다. 3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봄이 늦게 찾아와 아직 분수는 물을 뿜고 있지는 않았다. 실제로 보면 꽤 아름답고 정교해서 한 동안 바라보게 된다.
책 전시회를 하면 건물안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자그마하게 책시장이 열린다. 새책뿐만 아니라 헌책들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인형, 생활 용품 등도 구매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때 처음 본 버스를 개조한 책 가게.
매표소인데 약간 늦은 오후에 가서 그런지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보통은 줄이 좀 있는 편인데 올해는 규모도 크지 않고 경기도 안 좋아서 그런지 썰렁한 매표소앞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전시회 입구에는 출판사 위치가 적혀있어 자기가 원하는 출판사를 헤매지 않고 찾을 수 있다.
글쓴이가 구입한 입장표. 가격은 60루블(2,400원 정도)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 성악가들의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전시회에서는 여러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다른 한쪽에서는 성직자 인터뷰가 한창이다.
러시아 전통 의상을 입고 전단지를 돌리는 아가씨들.
굉장히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역사서와 성서 등의 책들. 가격도 일반인들이 구입하기 힘들 만큼 비싼 편이다.
썰렁한 매표소와는 달리 안에 들어가보니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꼬마책들. 크기는 작아도 가격은 만만치 않다. 500루블 우리돈으로 2만원 정도 한다. 할머니가 앉아계셨는데 직접 본인이 만드신 거라고 하셨다.
지친 다리를 쉬거나 배고픔을 달랠 수 있게 곳곳에 식당들도 마련되어 있다.
책 전시회라고 책만 파는 것은 아니다. 옷, 접시, 그림 등도 판매한다.
올해는 특이하게 화석을 전시해 놓은 곳도 있었다.
책 토론회가 열리는 한 켠에는 공예품들이 장식되어 눈길을 끌고 있었다.
여기서도 성직자와 인터뷰가 한창이다.
인문학책 출판사 중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나우까 출판사. 해마다 인문학 관련 책 출판 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올해도 나우까와 엠게우 출판사 등 소수의 인문학 출판사만 참여해 아쉬움이 더했다. 이믈리(ИМЛИ)와 그노지스(Гнозис) 등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도 꼬마책을 전시해 놓고 팔고 있다. 보통 시집이나 가벼운 산문, 명언집 등을 꼬마책으로 만든다. 독서용이라기 보다는 장식용이나 선물용으로 알맞다.
화장품, 향수, 약 및 스카프 등도 판매한다.
환상 소설을 파는 곳에서는 게임기를 가져다 놓기도 했다.
여기도 그림이나 장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은 음식을 직접 만드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데 시범을 보여주는 여성은 아시아계이다. 아마도 일본 음식을 시연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 같다. 현재 일식이 모스크바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곳곳에 각종 일식집이 넘쳐날 정도로 많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 반해 한식집과 중식집은 소수인데 한식집은 그렇다치더라도 중식집도 거의 만나보기 힘들 정도로 별로 없다. 현재 일식집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디를 가나 손님들로 북적대는 편이다. 한식집은 언제 그렇게 될까?
여기는 좀더 고급스럽고 알록달록 다양한 꼬마책들을 판매하고 있다.
전공 관련 책은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새로 나온 러시아 문학사와 이론서 등 3권만 달랑 구매했다. 꼬마책도 3권 샀는데 이건 선물용.
가을에 열리는 국제 책 전시회에 비하면 그 규모도 많이 작고 볼거리도 풍성하지 않은 봄 전시회였다. 글쓴이가 들른 시간이 그러했는지는 몰라도 활발한 독서 토론 모습이나 저자와의 만남 및 사인회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또 인문학 관련 서적과 출판사는 갈수록 줄어들어 여기에서도 인문학의 위기가 나날이 느껴질 정도로 아쉬움을 확인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래도 러시아인들의 책사랑도 느끼고 매 전시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볼거리에 새로운 책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가지게 하는 전시회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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