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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Story/엿보기 Gossip

모스크바 승전기념일 넘치는 볼거리들 즐기다

by 차가운 가을 2011. 5. 11.
5월 9일은 러시아의 승전 기념일(День Победы)이다. 

이미 "모스크바 승전기념일 맞이 예행 연습 현장을 담다"에서 적은 글이지만 다시 한 번 옮겨본다.

'승전 기념일'은 소련이 세계 제 2차 대전에서 독일에 승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5월 9일 소련군은 베를린 전투에서 나찌군에게 최후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승리를 하게된다.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비화가 있다. 

실제 독일이 연합국과 합의를 통해 최초로 항복문서에 서명한 날짜는 5월 7일이다. 항복문서에는 독일이 5월 8일 0시를 기해 전쟁을 종식한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서방은 서방은 5월 8일을 승전 기념일로 정했다. 하지만 2차 대전 말기 서방 연합국의 소련 고립 의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스딸린은 최초 항복 문서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소련이 부각되는 더욱 화려한 형태의 항복 문서를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연합국의 동의로 독일군 대표는 베를린 시각 22시 43분에 소련의 전쟁 영웅 주꼬프 원수 앞에서 항복 문서에 재차 서명하게 된다. 독일과 2시간 시차가 나는 모스크바 시각으로는 5월 9일이었다. 그래서 소련의 승전 기념일은 5월 9일이 되었으며 아직까지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세계 제 2차 대전 참전국 중 가장 많은 사망자수를 기록한 나라가 바로 소련이다. 마찬가지로 통계 수치는 각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소련군의 전사자수가 1,360만명, 민간인 포함 사망자는 2,000만명 이라고 되어 있고, http://www.world-war-2.info/statistics/에서는 소련군 전사자수가 1,200만명, 민간인은 1,700만명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는 민간인 사망자수가 무려 1,000만명이나 차이나는 수치다. 열린 백과 오픈토리에서는 소련군 900만을 포함하여 총 2,400백만명의 소련인 희생자수가 발생하였다고 기록되어있다. 또 러시아 위키페디아에는 소련군 및 민간인 전체 희생자수를 2,700만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사망자수는 소련 전체 인구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엄청난 희생자수때문에 소련은 전후 인구 조사를 비밀리에 부쳤다고 한다. 그 희생자수가 알려질 경우 스딸린의 정치적 위상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어쨌든 그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수가 발생한 폴란드와 독일(대략 각각 민간인 포함 600만 정도)에 비해서도 대단히 많은 숫자이며 전체 희생자수의 반에 해당되는 엄청난 수치이다. 그러니 제 2차 세계 대전의 승리가 러시아로서는 얼마나 기쁘고 환희에 찬 일이겠는가!

그래서 5월 9일은 러시아에서 아마 새해 다음으로 크게 보내는 경축일일 것이다. 붉은 광장 주변 및 승리 공원(Парк победы)에서 각가지 경축 행사를 펼쳐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날이기도 하다. 

아침에는 붉은 광장에서 승전 기념일 공식 행사 및 군사 행진을 가졌고 이후 시내 곳곳의 거리가 개방되어 많은 사람들이 물결처럼 출렁이며 넘실거렸다. 

거리 곳곳에 차량은 통제되었고 검문소가 설치되어 간단한 검문을 통과한 후 입장이 가능했다. 검문소를 통과하자 사람들로 넘쳐났다. 


끄레믈앞 모호바야 거리. 


역시 모호바야 거리로 뒤로 멀리 구세주 사원이 보인다. 



크레믈앞 뜨베르스까야 거리와 모호바야 거리 교차로. 


뜨베르스까야 거리에 군복 차림을 한 젊은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행진을 하길래 한 장.


뜨베르스까야 거리. 마치 파도처럼 사람들이 밀려들어왔다가는 나가곤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길래 보니 묘기도 부리고 대결도 하고 흥미롭게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전쟁 영웅 할아버지와 함께. 승전 기념일이 되면 가슴에 훈장을 마치 꽃잎처럼 가지런히 단 노인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 수는 점점 줄어들어 몇 년 후엔 그들의 모습도 추억속에 남을 것이다.


공연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 아버지와 꼬마. 


모자, 깃발 등등 승전 기념일 관련 물품 등을 곳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뜨베르스까야 거리에 마련된 공연.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여러 가수들이 노래를 부른다. 


무대 뒤로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은 모스크바 공국의 창설자인 유리 돌거루끼


뜨베르스까야 거리를 내려와 발쇼이 극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이곳도 인산인해. 


발쇼이 극장앞에도 수많은 인파들이 흥겹게 축제를 즐기고 있다. 


발쇼이 극장앞 무대에서는 소년군과 하얀 옷의 천사같은 귀여운 소녀들이 '백학'음악에 맞춰 공연을 보여주었다. 


이어 멋지게 군복을 차려 입는 소년 소녀들. 


지하철역 루뱐까 쪽으로 이동. 역시 한가로이 사람들이 즐겁게 따뜻한 봄날과 경축일을 즐기고 있다. 


루뱐까 역쪽에서 바라본 발쇼이 극장쪽 거리. 사람 참 많다. 


루뱐꺄 역에서도 무대가 마련되어 여러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드디어 붉은 광장으로. 승전 기념일을 축하하는 대형 플래카드나 조형물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축하 조형물이 설치된 곳은 лобное место로 16세기경 황제의 명령을 하달하거나 사형을 집행하던 곳이다. 
 


역시 붉은 광장도 사람들로 넘실댄다. 


바실리 성당 옆쪽 건물. 공사중인데 플래카드로 완전히 둘러쌌다. 


굼에도 대형 조형물들이 선명한 색채를 내뿜으며 웅장하게 늘어서있다. 


레닌묘와 역사 박물관에도 조형물이. 


바실리 성당 뒷쪽으로도 거리가 개방되어 사람들이 한가로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붉은 광장 바닥에 앉아 강렬히 쬐는 햇볕 아래 축제를 즐기는 러시아 소녀들. 다들 의상도 개성있다. 


빨강, 파랑 조형물과 알록달록 바실리 성당, 녹색과 노랑 끄레믈린과 붉은 화강암의 레닌묘 그리고 푸른 하늘이 만들어 내는 색깔들의 조화. 거기에 사람들의 여러 색깔의 옷까지. 꽃밭이다. 


이건 그냥 카메라 기울여서 한 장.


마네쥐 광장도 역시나 사람들로 꽉꽉 들어찼다. 


시원한 분수대. 사람들이 사진찍는다고 다들 정신없다. 


저녁엔 지하철을 타고 승리 공원으로. 역시나 승리 공원을 가는 사람들로 지하철역은 넘쳐난다. 


역시나 엄청난 인파들.


저 멀리 무대가 보이는데 너무 멀어 음악 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다들 각자 하고 싶은대로 나들이를 즐긴다.


좀 더 가까이 무대로. 사람들이 정말 많이 오긴 했다. 


입구쪽을 보고 찍은 사진. 정말 발디딜 틈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무대 구경은 포기하고 무대 뒤쪽 기념탑과 전쟁 박물관쪽으로 이동. 이곳에도 사람들로 꽉 차있다. 


저녁이 되자 해가 땅밑으로 숨어들고 어둠이 내려앉는다. 다들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드디어 곳곳에서 불꽃이 터졌다. 한 5분여 동안 쉴 새 없이 하늘에 다양한 불꽃들이 짧고도 강렬한 호흡을 터트리며 검푸른 대기 속으로 흡수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개인적으로 터지는 모양이 너무 단조로웠다. 


불꽃놀이가 끝나자 전쟁 기념관 건물에 영사기로 자료 영상을 쏘아준다. 


글쓴이는 그 모습을 뒤로 하고 집으로...

승전 기념일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많은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동양인들은 지레 겁을 먹고 오히려 이 날 밖에 잘 나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날이다보니 자칫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염려하기 때문인데 축제일이니 만큼 다같이 즐기는 날이라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각자 판단해서 잘 즐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