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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Story/엿보기 Gossip

볼거리 풍성한 모스크바 국제 책 전시회장을 가다

by 차가운 가을 2010. 10. 19.
모스크바에서는 일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ВВЦ(Всероссийский выставочный центр, 전(全)러시아 전시센터,구 ВДНХ)에서 책 전시회가 열린다. 봄에는 러시아 전역에 펼쳐져있는 출판사들이 참여하는 국내 전시회이고, 가을에는 다른 나라들도 참가하는 국제 전시회이다. 

작년 가을 책 전시회부터 새로 지은 건물인 75 파빌리온(전시관)에서 책 전시회가 열린다. 올해 가을 국제 책 전시회는 9월 1일부터 6일 까지 열렸다. 

글쓴이는 9월 5일 책 전시회를 찾았는데 ВВЦ에는 때마침 모스크바 '도시의 날(День города)'이라 나들이를 나온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도시의 날'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러시아에서는 각 도시별로 그 도시의 날을 정해 여러 축제를 즐긴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축제의 날 중 하나로 음악회, 행사, 시장(市場, ярмарка), 거리 행진 등 여러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풍성하게 열리는 날이다. '도시의 날'의 날짜는 각 도시마다 서로 다르다. 3월,4월,5월,6월,7월,8월,9월,10월 중 몇 째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도시의 날로 정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도시들이 '도시의 날'로 정하고 있는 달이 9월이다. 

몇몇 도시는 '러시아의 날', '기계제작의 날', '화학자의 날', '건설의 날', '철도의 날', '금속공의 날' 등 특정 국경일 또는 휴일과 같이 지내기도 한다. 도시가 건설된 날을 이 날로 정한 도시도 있고, 독일군에서 해방된 날을 정한 도시도 있다. 

모스크바는 9월 첫 째주 토요일을 '도시의 날'로 정하고 있다. 날씨도 맑고 하늘도 파랗고 모스크바 도시의 날을 즐기기에 딱 좋은 날짜였다. 

ВВЦ 입구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도 북적이고 있었다. 



입구에 국제 책 전시회 기간과 장소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다.


ВВЦ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는 놀이 공원도 있는데 놀이 기구는 한국에 비해서는 수가 적은 편이다. 아마 한국식 놀이 공원이 만들어진다면 큰 인기를 끌 것이다.



여러 만화 등장 인물들이 달려있는 관람 열차도 탈 수 있다. 



한국과는 달리 놀이 공원에서는 말을 탈 수도 있다. 어린 아이들은 작은 말을 타고 어른들은 큰 말을 타고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총으로 인형을 맞추는 곳도 있고, 범퍼카도 탈 수 있다. 또 하나 재밌는 것은 한국에서 '봉봉'이라 부르는 놀이기구이다. 한국에서는 여러 명이서 함께 즐기는데 반해 여기서는 한 명이 안전 보호대를 한 후 도우미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하늘 높이 뛰어 오른다. 아래에서 보면 그 높이만도 아찔하다.



이 놀이기구는 간단한 청룡 열차 같은 놀이 기구이다. 수직으로 낙하할 때의 짜릿함은 비록 짧지만 꽤 강렬할 듯 하다.
 


이곳이 국제 책 전시회가 열리는 75 파빌리온이다. 입구에서 가까우며 작년에 새로 지어져 깨끗하고 깔끔하다.



책시회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매표소도 있다. 입장표는 우리 돈으로 2천원에서 3천원 정도 한다. 오후나 마지막 이틀은 주로 표값이 싸진다. 한국에서 만약 책 전시회가 유료로 열린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을까? 러시아는 정말 많은 사람들도 붐벼 그들의 책 사랑과 관심이 부러울 정도다.



간단히 요기를 하러 2층 식당에 들러 사 먹은 음식인데 러시아의 미친 듯한 물가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우리 돈으로 무려 2만 3천원 짜리다. 두 개니까 하나 당 1만 천 오백원인 셈이다. 



2층 식당에서 바라 본 전시회관의 모습. 전시회관은 이곳 말고 반대 편에 보다 더 큰 규모로 한 곳이 더 있다. 



전시회관의 모습들. 이곳은 주로 인문학 관련 서적이나 외국 출판사들이 자리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중국은 매년 몇몇 출판사가 책 전시회에 참가한다. 한국이나 일본은 아직 참가한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중국 이외에도 이슬람권, CSI,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참가했다.



인문학 관련 책을 많이 출판하는 "나우까" 출판사. 그러나 이번 책 전시회에서는 글쓴이의 눈에 들어오는 책이 아쉽게도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전시회관인데 이곳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여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였다.



전자책 전시회장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크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여러 대의 컴퓨터를 통해 전자책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또한 도서 스캐너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작년 스캐너보다 더 빨라지고 발전된 기술이 도입된 것 같았다. 



화려하고 규모가 크게 전시된 곳도 많다.



종이책이나 전자책 뿐만 아니라 오디오책도 꽤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 러시아의 유명한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을 오디오로 감상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장편 소설도 포함된다. '전쟁과 평화' 같은 장편 소설을 오디오로 다 녹음해 시디로 판매하고 있는데 그걸 녹음한 성우가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일반 책 뿐만 아니라 앙증맞은 꼬마책들도 구경할 수 있다. 물론 구입할 수도 있다. 독서용이라기 보다는 장식용이나 선물용에 적합한 책들이다. 



나무로 만든 아름답고 화려한 수공예품도 책 전시회관에서 구경할 수 있다. 조각 방법을 설명한 책도 판매한다. 



여러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작가와의 대화나 토론 자리도 마련하고 사인도 받을 수 있다.



예전에 비해서 확실히 공연의 종류나 수도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재미있는 깜짝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포도주나 양주 등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장소도 마련되어 있다.



전시회관 밖 복도에는 러시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이 마련되어 있었다.



75 파빌리온 밖에는 소규모 야외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이런저런 공연도 감상할 수가 있다.



밖에도 책시장이 열려 여러 종류의 책을 구경하거나 구입할 수가 있다.



매년 책 전시회를 빠지지 않고 가는 편인데 갈 때마다 인문학 관련 책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전공자로서 안타깝게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불황 탓인지 전시회 규모도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어쨌든 매년 두 번 큰 규모의 책 전시회가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모스크바의 환경이 부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한국에서도 책 전시회가 정기적으로 열려 많은 작가들과의 만남의 자리, 토론의 자리도 만들어지고 다양한 책들과 도서 상품 및 즐거운 행사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