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음 뉴스 'IT/과학' 란에 보니 '국산 넷북이 20만원 비싼 이유는?' 이라는 제목의 매일경제 기사가 최다 댓글에 선정되어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클릭해 기사를 읽어 보았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소비자들은 삼성과 엘지 넷북이 기타 경쟁 외국 업체 제품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을 많이 하고 있다. 가격이 거의 20% 이상 비싸다.
- 삼성 관계자는 "하드웨어 사양이 평준화돼 있기 때문에 사용성이나 디자인, 소재 등에 차별성을 부여했다"며 "테스트 과정이나 국내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점에서 외산 넷북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 LG전자 관계자 역시 "디자인 면에서 앞서고 아기자기한 기능이 많다"며 "뛰어난 AS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HP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경우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는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HP나 델, 아수스 등의 넷북 생산량이 한국 업체들보다 많아 같은 부품이라도 좀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며 "한국 제품이 원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또 다른 국외 PC업체 관계자는 "넷북은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꾸준히 키보드 크기나 화면 크기, 디자인 등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만큼 꼭 한국 업체들의 제품만 차별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과 엘지는 디자인, 소재 등에 차별성을 부여했고 국내 소비자의 요구도 반영했으며, 디자인도 앞서도 기능도 더 좋고 AS도 더 뛰어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외국 업체들은 삼성과 엘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가 작아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며, 외국 업체의 넷북 또한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하기 때문에 한국 제품만 특별히 차별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댓글이 평소 IT 뉴스보다 많이 달린 것 같아 대강 읽어 보았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삼성과 엘지를 욕하고 있더군요. 한국의 대기업들은 국민들을 봉으로 알고 있으니 국민들이 이제 깨어나서 대기업 제품 보다는 중소 기업이나 외산 제품 쓰자고 주장하는 글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물론 삼성과 엘지 제품 좋다고 옹호하는 네티즌도 몇몇 눈에 띄더군요. 또한 기자가 사양이 서로 다른 모델을 비교하고 있다며 기자의 무지를 탓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삼성과 엘지는 중국산이나 대만제 부품 조립해서 브랜드만 달아서 파는거지 자체 기술은 거의 없다는 글도 볼 수 있었습니다.
뭐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노트북이나 컴퓨터 분야에서 대만이 삼성이나 엘지보다 뛰어난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 같습니다. 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인 메인보드를 생산하는 주요 업체가 대만의 아수스와 기가바이트 입니다. 세계 메인 보드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업체로 컴퓨터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 번씩은 들어봤을 브랜드입니다. 그 외에도 ESC나 MSI도 메인보드를 생산합니다.
메인 보드는 웬만한 기술이 없이는 만들기 힘든 분야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메인 보드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기술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겠지요. 그외 수많은 컴퓨터 관련 부품들이 대만 기술이거나 대만에서 제조, 조립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뭐 정확한 점유율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삼성과 엘지 보다는 훨씬 높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대만산이라고 하면 싸구려로 인식되어 있어 좀 안타까울 뿐입니다. 제 노트북이 아수스(ASUS)인데 어느 날 한 친구가 묻더군요. 처음 들어본다며 어디 나라 것이냐고. 대만산이라고 했더니 "그럼 안좋은 거네" 라고 합니다. ㅜ.ㅜ
여기 모스크바에서 산 노트북입니다. HP와 아수스 중에 고민고민하다가 HP는 제가 살 당시 가격이 꽤 비싼 제품 밖에 없어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아수스를 샀습니다. 1년 6개월 전의 일이네요. 솔직히 삼성과 엘지는 전혀 고려밖이었습니다. 나름 전자 제품에 관심이 있어서 비교해 봤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HP와 아수스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도 후회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제 선배 둘은 여기 모스크바에서 삼성 노트북을 샀습니다. 순전히 가격이 많이 싸게 나와서 산 겁니다. 제가 그나마 컴퓨터에 대해 좀 아는 편이라 부탁을 해서 동행을 했습니다. 모스크바의 용산이라 할 수 있는 '가르부쉬까'라는 곳에 갔는데 삼성의 한 모델을 기타 브랜드와 비교해서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팔더군요. 그래서 선배는 삼성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한 선배도 그 모델을 싼 가격에 구입했지요.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한국에서 파는 같은 모델보다 20만원 정도는 싼 가격이었습니다. 아마 러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한 모델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은 듯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삼성 노트북은 꽤 모스크바에서 잘 나가는 것 같습니다. 얀덱스 쇼핑몰 노트북 인기 순위를 보면 삼성 노트북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엘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드네요.
그럼 삼성과 엘지 등의 국산 노트북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생각보다 처참한 결과네요.
2007년 4분기 기준 10위에 삼성이 있습니다. 점유율은 1.4%. 윈도우가 아닌 자체 OS를 쓰는 애플보다 점유율이 떨어집니다. 꽤 큰 차이로 말이죠.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2008년 1분기 점유율입니다. 출처는 DisplaySearch 입니다. 삼성의 점유율이 아주 미세하나마 상승했습니다.
1.hp-20.8%
2.Dell-15.1%
3.Acer-14.6%
4.Toshiba-9.3%
5.Lenovo-7.5%
6.Fujitsu-5.2%
7.Apple-4.6%
8.Asus-4.3%
9.SONY-4.2%
10. Samsung-1.7%
아래 표는 2008년 7-9월 미니 노트북(넷북) 출하 대수와 시장 점유율입니다. 총 561만대가 출하되었습니다. 1위는 215만대로 에이서가 차지했습니다. 2위는 아수스입니다. 1위와 2위 모두 대만 업체가 차지했네요. 삼성과 엘지는 그 외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출처는 Kbench 입니다. 삼성과 엘지도 꽤 많은 미니 노트북을 생산하고 팔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의외네요. (P.S. 원문 기사 그대로 인용했는데 합계 5.61은 516의 오타인 듯 합니다.)
그리고 아래 표는 2008년 2분기 북아메리카 노트북 시장 점유율입니다. 애플의 점율은 4위로 다른 국가에서보다 높습니다. 삼성과 엘지는 아쉽게도 기타로 나와 있어서 정확하게 얼마인지 알 수는 없네요.
* 1차 추가 자료 (2010년 4월 14일)
많은 분들이 이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의견을 올려주셔서 자료를 좀 더 추가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2009년 2분기 노트북 점유율 자료가 있어서 보충해 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1위에서 5위까지만 공개되어 있네요. 그래서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이나 엘지 등의 국내 노트북 제조업체의 정확한 점유율은 알 수가 없습니다.
IDC에서 발표한 2009년 2분기 북미(North America) 노트북 점유율입니다. 북미에서는 델이 HP에 근소하게 앞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트너에서 조사한 자료입니다. IDC와는 달리 애플이 4위 도시바가 5위이며 점유율이 약간 다릅니다. 조사 기관에 따라 조사 방법이나 기준 등이 약간 다른 모양입니다.
IDC에서 조사한 2009년 2분기 세계 노트북 시장 점유율입니다. 에이서가 델을 제치고 확실히 2위로 자리를 굳히며 1위 HP까지 위협을 하고 있네요. 6위에서 9위까지는 후지츠, 애플, 아수스, 소니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나눠가졌을 겁니다. 정확한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으니 모르겠지만 대만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수스의 점유율이 상승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 2차 추가 자료 (2010년 5월 4일)
"노트북 세계 점유율이 궁금해서 찾던중" 님께서 고맙게도 "2009년도 전 세계 PC 업체 톱 10" 을 댓글로 달아주셔서 본문에 추가합니다. 2009년 3분기까지의 노트북 및 넷북 판매수를 기준으로 한 순위입니다.
1위 HP(4355만대)
2위 델(2890만대)
3위 에이서(2774만대)
4위 레노버(1700만대)
5위 도시바(1069만대)
6위 아수스(849만대)
7위 애플(776만대)
8위 삼성(431만대)
9위 후지쯔(414만대)
10위 소니(359만대)
노트북과 넷북 판매에서도 1위는 여전히 HP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위와 3위는 델과 에이서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바로 위의 도표 IDC 출처의 2009년 2분기 노트북 점유율에서는 에이서가 델을 훨씬 앞섰는데, 노트북과 넷북을 합친 2009년 3분기까지의 점유율면에서는 델이 에이서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모양입니다. 4위와 5위 또한 노트북 판매수만을 기준으로 했느냐, 노트북과 넷북을 합친 판매수를 기준으로 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삼성은 넷북의 폭발적인 판매로 8위로 올랐다고 합니다. 확실히 일본 업체의 부진과 대만, 중국, 한국 업체의 선전이 두드러지는 모양새입니다.
참고로 조사 기관에 따라 결과는 약간씩 다른 듯 합니다. 또한 노트북 판매수만을 기준으로 했느냐, 노트북과 넷북을 합친 판매수를 기준으로 했느냐에 따라서도 그 결과는 약간씩 다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이상 추가 내용 끝 ***
아래 표는 2008년 상반기 국내 노트북 시장 점유율입니다. 국내에서는 삼성과 엘지가 57%의 엄청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보도 8.7%로 꽤 높은 점유을을 차지하고 있네요. 이렇게 국산 브랜드의 국내 점유율이 높다 보니 일반 국민들은 세계에서도 삼성과 엘지 노트북이 꽤 대단한 활약을 펼치며 많이 팔리고 있을 거라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상은 우리가 무시하는 대만산인 Acer 나 ASUS 보다도 훨씬 점유율이 낮은데 말이죠.
아래 표는 개인 컴퓨터 시장 규모인데 아직은 데스크톱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 같은 경우는 이미 노트북의 비중이 데스크톱을 앞질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트북의 비중이 많이 상승하고 있어서 몇 년이 지나면 점유율은 역전이 될 겁니다.
위 표들의 통계에서 보다시피 한국에서 국산 브랜드 노트북의 시장 파워는 거의 절대적으로 강력한 위용을 뽐내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엘지의 점유율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삼성 보다는 낮은게 확실하므로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2%정도 밖에 안되는 걸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우를 봤을 때, 예전에 비해 삼성이나 엘지 노트북이 가게에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회사들이 러시아 국민들에게 심어 준 브랜드 파워 또한 막강하기 때문에 노트북의 판매치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약진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이 지적하듯이(미국에서는 한국과 같은 모델인데도 그 가격이 훨씬 싸다, 국민을 봉으로 생각한다 등), 그리고 기사에도 나왔듯이 국내 소비자들을 속이고 우롱하는 대기업들의 횡포가 있는 한은 결코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옛날처럼 정보를 차단하고 제한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국민들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서 얼마든지 외국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없습니다. 삼성 관련 기사에 수 많은 네티즌들이 부정적인 댓글을 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국민을 생각하는 기업 그리고 윤리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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