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모스크바 또한 주요 볼거리가 시내에 많이 집중되어있다. 물론 시내 이외에도 가볼 만한 곳은 많다. 그래서 지리만 안다면 산책하듯이 걸어다니면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해가 길어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천천히 여유를 갖고 걸어다니면서 자신의 눈속에 모스크바를 담을 수 있다. 카메라가 있다면 사진으로 영원한 추억 또한 남길 수가 있을 것이다.
글쓴이는 국립 뜨레찌야꼬프 미술관(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Третьяковская Галерея)에서 자물쇠 나무 다리를 거쳐 늪광장(Болотная площадь)을 지나 러시아 해군 300주년 기념비를 구경한 후 구세주 사원(Храм Христа Спасителя)까지 산책하면서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요즘 날씨도 좋고 해도 길기 때문에 유유자적 모스크바를 즐기기 좋은 시간이다.
지하철 '뜨레찌야꼽스까야'역에서 내려 한 5분쯤 걷다보면 라브루쉰스끼 골목(Лаврушинский переулок)이 나오는데 그곳에 뜨레찌야꼬프 미술관이 있다. 이 미술관은 상인이자 미술 애호가인 뜨레찌야꼬프 형제(빠벨 미하일로비치와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가 1856년 경부터 미술품을 수집하며 가난한 미술가들을 후원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후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의 유언과 빠벨 미하일로비치의 평소 생각에 따라 1892년 8월 31일 빠벨 미하일로비치 뜨레찌야꼬프가 모스크바 시에 기증 의사를 밝힌 편지를 전달함으로써 국가로 귀속되어진다.
뜨레찌야꼬프 박물관은 주로 11세기-19세기에 걸친 러시아의 화가들의 작품 및 조각과 이꼰(Икон)이라 불리는 성상들이 전시되어있다. 우리가 주로 부르는 뜨레찌야꼬프 박물관은 구관이며 신관은 끄림스끼 발(Крымский Вал)거리에 위치해 있다. 신관은 주로 현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 뜨레찌야꼬프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수는 17만 여점을 헤아린다고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하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뜨레찌야꼬프 미술관이 있는 거리. 이 거리를 지나면 자물쇠 다리와 늪광장이 나오는데 그리 멀지 않다. 자세히 보면 저 멀리 크레믈린이 보인다.
이곳이 그 미술관. 개관 시간은 10-19:30분이며 매표소는 18:30분까지 일한다. 월요일은 휴관. 표가격은 성인-360루블, 학생-220루블이다.
두 아저씨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길래 동전 몇 개를 통에 던져넣고 사진을 찍었다.
거리를 빠져나오면 모스크바강이 보이고 다리가 하나 놓여져있다. 그 다리가 일명 자물쇠 다리인데 진짜 이름은 루쉬꼬프 다리(Лужков мост)이다. 분수가 시원하게 올라오고 있는데 흑백으로도 분위기를 줘봤다.
연예인인 모양인데 촬영중인 장면을 나도 촬영.
다리 아래로 연인들, 친구들이 쌍쌍이 모여 모스크바강의 시원한 바람을 한껏 즐기며 이야기도 나누고 재밌는 시간을 보낸다.
다리를 건너서 강과 분수 그리고 자물쇠 나무를 바라보면 한 장.
다리를 배경으로 또 몇 장. 사랑을 맹세하며 그들의 사랑을 자물쇠로 잠궈놓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저 수많은 자물쇠들 중 이미 사랑이 풀려버린 자물쇠는 얼마나 될까? 어쩌면 사랑은 자물쇠로 잠그지도 열쇠로 열 수도 없는 저 너머 무지개일 지도 모른다. 분명 존재하는 거 같지만 막상 가보면 보이지 않는 신기루...
다리에서 강과 분수를 또 찰칵.
다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며 또 몇 장. 시간을 정지시켜 사각형의 평면에 영원히 가두어 고정시켜 버리는 사진의 위력에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끼다.
두 소녀가 사진을 찍는다. 정확히 말하면 한 소녀는 사진을 찍고, 다른 소녀는 사진기에 찍힌다. 그러나 아리따운 두 소녀의 표정에는 뭔지 모를 애잔함과 비장함마저 감돈다.
사진을 찍다보니 조그마한 유람선이 지나간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듯 배는 몇 명의 손님만을 태운 채 외롭게 강을 따라 흘러간다.
늪광장의 시원한 분수. 그리 크거나 아름다운 광장은 아닌데 이곳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로 한다.
광장끝에서 다시 다리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다.
좀 더 멀리 와서 또 다른 다리 위에서 또 한 장.
강을 따라 큰길을 건너 러시아 해군 300주년 기념비를 향해 가다가 하늘이 멋져 또 한 장.
저 멀리 파란 하늘에 석양을 향해 장엄하고도 우장한 그러나 기괴한 기념비가 우뚝 솟아있다. 배위에 서 있는 인물은 표트르 대제이다. 1997년 세워졌으며 높이는 98미터.
약간 측면에서 담은 모습. 저 멀리 구세주 사원이 보인다.
좀 더 당겨서 표트르 대제를 담아봤다. 해군 300주년 기념비로 표트르 대제가 등장한 이유는 이 대제가 조선술에 특히 관심이 많아 유럽에서 조선술을 배우고 직접 배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상징성을 담은 것이 아닌가 한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강가를 따라 조금 걷다보면 다리가 하나 있는데 그 다리 위로 올라가면 구세주 사원을 만날 수 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다리 위에서 끄레믈린도 보이고 멋진 정경들을 맛볼 수 있다. 저녁이라 해가 뉘엿뉘엿 지려해 그 배경으로 찰칵. 노을이 붉게 타올랐으면 더 멋졌을 텐데 다음 기회를 노려보고자 한다.
다리 위에서 또 몇 장. 사원 왼쪽편 저 멀리 외무성이 보인다. 구세주 사원은 원래 나폴레옹의 침략을 신의 가호아래 물리쳤다고 생각해 신에게 감사하기 위해 만든 건물로 1839-1883년까지 무려 44년에 걸쳐 지어졌다. 그러나 소비에트 시대인 1931년 폭발시켜 무너뜨려버린다. 이후 1994-2000년 사이에 다시 지어졌다. 그래서 금방 지은 것처럼 아주 깨끗하고 깔끔하다.
공간적 가능성과 시간적 여유가 되시는 분은 날씨 좋은 날 산책해 보시길 바라며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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