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를 흔히 과녁 도시라 부르기도 한다. 모스크바는 그 전체적인 모양이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3개의 원형 순환 도로(Садовое кольцо, 3-е транспортное кольцо, МКАД)가 모스크바를 감싸고 있어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과녁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과녁의 10점 즉 정중앙에 해당되는 곳이 바로 붉은 광장이다.
1. 이름의 유래
붉은 광장은 러시아어로 красная площадь(끄라스나야 쁠로샤찌)라고 한다. красная는 '붉은' 이란 뜻을 가진 형용사며 площадь는 '광장'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붉은 광장'이란 이름때문에 광장이 붉은 색으로 이루어져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붉은 광장'은 그 이름과는 달리 붉지 않다. 실제로는 검은 벽돌들이 광장을 촘촘히 메우고 있다.
그럼 왜 '붉은 광장'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붉은 광장'이란 명칭은 17세기 중반 이후 부터 불리기 시작했는데 고대 러시아어에서 красная는 '붉은'이란 뜻도 있지만 '아름다운'이란 뜻도 포함되어 있다. 즉 '아름다운 광장'이란 뜻인데 현대 러시아어에서 '아름다운'이란 뜻은 사라지고 '붉은'이란 뜻으로 주로 쓰이면서 우리말로도 '붉은 광장'으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색이 붉은 색이고 끄레믈의 외벽과 국립 역사 박물관, 바실리 성당, 레닌묘가 붉은 색을 띄고 있으므로 '붉은 광장'이라는 말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붉고 아름다운 광장'으로 생각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2. 면적
처음 붉은 광장을 와 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 명칭이 '광장'이기 때문에 아주 드넓은 곳을 상상하는 것 같다. 또 러시아가 워낙 땅덩어리가 넓다보니 그런 기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붉은 광장'의 면적은 23,100㎡이고 길이는 330m, 폭은 70m이다. 거의 직사각형 모양인데 실제로 가보면 아담하다는 느낌이 든다.
3. 주요 건물들
붉은 광장은 바실리 성당과 국립 역사 박물관이 서로 멀리서 마주 바라보고 있으며, 굼(국영 백화점)과 끄레믈이 두 팔을 넓게 벌리고 얼굴을 맞대고 있다. 즉 길이 쪽에 굼과 끄레믈이 자리잡고 있고, 폭 쪽에 바실리 성당과 국립 역사 박물관이 서 있다.
글쓴이는 얼마 전 '붉은 광장'을 찾았는데 겨울 느낌과 새해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고 있었다. 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마네쥐 광장에서 붉은 광장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성당. 아주 조그마하고 아담하다. 이 성당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붉은 광장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굼'이라 불리는 국영 백화점. 지어진지 120여 년이나 되었지만 그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은 오늘날의 현대식 건물을 압도한다. 보다 자세한 정보와 내부 사진은 이곳 을 누르시면 제 블로그 다른 글로 이동합니다.
굼 맞은 편의 끄레믈. 끄레믈 앞의 조그마한 붉은 화강암 건물은 레닌의 묘이다. 레닌은 1924년 1월 21일 사망했는데, 3일 후 최초 묘지가 만들어졌고 그후 1929년 붉은 화강암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23계단을 내려가면 전시실 중앙에 안치된 레닌을 만나볼 수 있다. 아침 10시부터 13시까지만 문을 열기 때문에 구경하려면 일찍 가야한다. 월, 금요일은 쉰다.
국립 역사 박물관. 1875-1881년에 지어졌다. 박물관으로 사용되다가 1917년 혁명 이후 국립 역사 박물관이 되었다. 석기 시대부터 혁명 이전까지 러시아 역사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품은 총 4백 5십여만점이고 고문서는 7만점이 넘는다.
붉은 광장은 겨울이 되면 굼 앞에 스케이트장을 설치해 스케이트를 탈 수가 있다.
스케이트장 앞에는 나무 장식도 해 놓았다. 한국과는 약간 나무 모양이 다르다. 나무 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쪽에서 바라본 굼의 모습.
바실리 성당 앞에서 붉은 광장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그 유명한 바실리 성당(Храм Василия Блаженного). 형형색색의 서로 크기가 다른 양파 모양의 지붕이 아주 인상적인데 지붕의 높이와 크기가 불규칙적인 것 같으면서도 십자가를 그리며 규칙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조화 속의 조화를 보여준다.
이반 뇌제의 지시로 200여 년간의 몽골의 지배하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554년-156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러시아가 200여년 동안이나 몽골에게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당시 몽골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성당 앞에는 미닌과 뽀자르스끼 동상이 서 있는데 1612년 폴란드 침공을 막은 두 영웅을 기리기 위해 1818년에 세워졌다.
바실리 성당은 다른 말로 성모제聖母祭 사원(Собор Покрова Пресвятой Богородицы, что на Рву) 으로도 불리는데 줄여서 빠끄롭스끼 사원(Покровский собор)이라고도 한다.
전설에 따르면 바실리 성당이 너무 아름다워 다시는 이와 같은 아름다운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건축가 뽀스뜨니끄 야꼬블레프의 눈을 뽑아버렸다고 한다.
모스크바는 겨울이 되면 밤이 빨리 찾아온다. 오후 4시만 되어도 이미 어두워진다.
겨울 나라답게 겨울이 되면 여러 스포츠를 즐기는데 이번에는 독특하게 컬링(curling)을 하고 있었다. 컬링 전문 선수들은 아니고 방송사가 주관해 연예인들이 하는 경기였다. 너무 추워서 굼 안으로 들어가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른다.
완전히 밤이 되어 어둠이 붉은 광장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굼 전체가 전등을 두르고 빛나고 있다.
국립 역사 박물관. 유럽도 마찬가지지만 러시아도 밤이 되면 건물에 조명을 줘 낮보다 훨씬 멋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밤이 되니 하늘 위 하얀 구름과 어울려 아주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컬링 경기가 끝나고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시상식과 마무리가 한창이었다.
밤의 바실리 성당. 확실히 낮보다 밤이 더 분위기가 있고 신비롭다.
밤이 되니 붉은 광장이 여러 장식, 조명과 건물들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 듯 하다.
바실리 사원 뒤편으로 내려가는 길. 이 길로 내려가면 바실리 사원과 붉은 광장을 색다르게 만나볼 수 있다.
점점 더 멀어지면서 붉은 광장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조명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순간들이다.
이 사진은 붉은 광장을 완전히 벗어나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 마치 환상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마찬가지로 다리 위에서 바라 본 구세주 성당과 모스크바 강, 끄레믈. 약간 수고스럽더라도 멋진 야경을 위해 이곳 다리까지 걸어와 모스크바를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낮의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를 선물해 줄 것이다. 끄레믈 안의 사원들도 조명을 비췄으면 더 환상적이었을텐데 웬일인지 조명이 없어 뭔가 허전하고 심심했다. 보통은 끄레믈 안 사원들도 조명을 비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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