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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Story/엿보기 Gossip

개들의 천국 모스크바, 지하철까지 점령

by 차가운 가을 2009. 5. 30.
모스크바에 사시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모스크바는 그야말로 버려진 개들의 천국입니다. 거리를 걸을 때도, 가게를 갈 때도,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도, 공원을 산책할 때도 지저분한 몰골로 누워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고 있거나 빤히 쳐다보는 개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지하철역 안 뿐만 아니라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같이 내리는 경우도 종종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을 탄 개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 켠에 또는 객차 한 가운데 심지어는 의자에 누워 마치 대단한 존재인 듯 떡하니 누워 잠을 자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모스크바 사람 어느 누구도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이 일상이다보니까 전혀 신기할 것도, 불편하거나 이상할 것도 없는 하나의 풍경화가 되어 버린 듯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버려져 떠돌아 다니는 개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해서 종종 언론에 보도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람들이 개에게 물린 경우이지요. 저의 지인도 집을 나서다가 갑자기 덤벼든 개에게 물려 옷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 개에게 복수하겠다고 몽둥이 들고 쫓아다녔다고 하네요. ^^

물론 모스크바 시당국은 버려진 개들을 잡아 동물보호소에 넘기기는 합니다. 하지만 잡아 들이는 숫자는 극히 미미해서 떠돌이 개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은 아직 별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호소 공간은 한계가 있는데 무턱대고 계속 잡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 이유는 동물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주로 적당한 주인을 찾아 입양을 하게 되는데 모스크바 시민들이 버려진 개들을 입양하기 보다는 지인들에게 얻거나 애완견 가게에서 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보호소 공간은 개들로 넘칩니다. 

유럽 같은 경우는 법적으로 주인이 불분명한 개들을 죽일 수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들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모스크바의 경우 8년 전부터 동물 애호가들의 반대로 동물 도살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에트 시절에는 거리를 배회하는 네 발 달린 동물들은 무조건 잡아들여 가스실에 집어 넣어 버렸다고 하네요. 오! 무섭군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때도 집 없는 동물들을 모조리 처분했다가 오히려 쥐들이 창궐해서 골치를 앓았다고 합니다. 어딜 가나 쥐가 문제네요 ^^.

2001년 이러한 무자비한 동물 사냥이 금지되고 2003년 부터 2008년 까지 개들에게 불임 수술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됩니다. 무려 3만 여마리의 떠돌이 개들에게 시행하게 되지만 기대와는 달리 숫자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2007년 부터 동물 보호소를 설치하여 불임 수술과 병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 1월까지 총 15개의 동물 보호소에 개와 고양이 2만 4천 여마리가 있다고 합니다. 

옆의 도표는 각 년도별 모스크바 떠돌이 개들의 숫자인데 2009년 무려 3만 마리나 되네요. 1980년 숫자가 확 줄어든 것은 모스크바 올림픽 때문에 거의 다 처분했기 때문입니다. 

동물 보호소 직원과 봉사자들은 넘쳐나는 개들을 처분하기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입양자들을 찾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광고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함부로 애완 동물을 길거리에 버릴 경우 엄청난 벌금을 매기겠다고 하네요.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이곳 을 누르시면 연결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애완 동물을 별로 안좋아해서...
어쨋든 쉽지 않아 보이지만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건 우스갯소리 비슷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거리를 배회하는 개들 중 일부는 잡혀서 고려인 식당이나 중국 식당에서 몰래 팔리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예전에 중국 식당이 몰래 개고기를 팔다가 경찰에 걸려서 영업 정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리고 고려인 식당에서도 메뉴에는 없지만 개고기를 주문하면 먹을 수 있습니다. 그 개고기들의 출처 중 일부는 아마 거리일지도 모르겠네요. 


지하철에서 팔자 늘어지게 자고 있는 개님의 우아한 자태. 누구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



카메라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있는 모습



한국 지하철 같으면 난리가 나지 않을까 싶지만 여기 모스크바는 뭐 그런가 보다 합니다. 개가 아마도 수컷인 듯. 여성 분도 놀라지도 않네요. 그러고 보니 진짜로 개가 다가온다고 놀라거나 겁먹는 러시아 여성분들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거리의 개들. 이 정도면 나름 깨끗한 편이네요. 얘네들은 그래도 나름 부유한 노숙견인 듯. 



겁도 없이 트람바이 옆에서 자고 있네요. 반상회 하고 한 숨 자는 모양인 듯. 역시 모스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