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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애플의 적이 아니라 열렬한 팬이다?

by 차가운 가을 2012. 8. 27.

지난 8월 24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일이 있었다. 바로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애플-삼성간 특허 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평결을 내린 것이다. 애플은 삼성측에 자신의 특허가 고의로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액으로 25억 2500만 달러를 요구했으며 삼성 또한 로열티 명목으로 애플측에 4억 2000만 달러를 요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애플의 완승이었다. 


애플은 삼성의 특허 침해(유틸리티 특허 3건, 디자인 특허 4건 총 7건)를 인정받으며 총 10억 4천 939만 3540달러의 배상액을 받게 되었지만 삼성은 단 한 푼도 챙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물론 최종 판결은 루시 고 판사가 한 달 이내에 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해주는 미국 법원의 관례에 비춰봤을 때 그 결과가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처음 배상액은 10억 5천 1백만 달러가 조금 넘는 금액이었으나 계산이 잘못되어 다시 조정해 최종적으로 총 10억 4천 939만 3540달러로 결되었다. 근데 아래 갈무리에서 보듯이 이상하게 한국 언론에서는 939만 달러가 아닌 934만 달러로 적고 있다. 아마 '9'를 '4'로 착각한 모양이다. 제대로 확인을 거치지 않고 다른 기사를 보고 그대로 베껴쓰다 보니 이렇게 된 듯하다. 이런 일이 뭐 하루이틀도 아니고 오늘 글의 본질도 아니니 뭐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니 한국 대부분의 언론들은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평결의 내용을 심도있게 분석하거나 다루지않고 삼성에 유리한 쪽으로만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애플-삼성 소송 관련 최근 몇몇 기사의 제목만 살펴보면


특허소송 후폭풍 "스마트폰 가격 인상 확실" - 노컷뉴스

삼성, 美 '자국 이기주의'에 울다 - 서울신문

'애플稅' 폭탄..전세계 스마트폰 가격 인상 위기 - 아시아 경제

"'애플세' 낼 준비해라"...스마토폰 비싸진다 - 머니투데이

삼성-애플 특허소송, 배심원제도 한계 드러냈다 - 머니투데이

삼성-애플 미국평결 글로벌 보편성 잃었다 - 한국일보 

애플 완승 소식에 누리꾼들 들썩 "모서리만 둥글면 다 소송이냐" - 스포츠투데이 

애플, 삼성폰 판매금지 압박...'잡스의 저주' - 조선일보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일방적으로 미국 법원의 평결 결과와 애플측을 깎아내리거나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심층적이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고 감정에 치우친 기사들이 많다. 그 대단하고 잘나신 삼성이 크게 한방 먹어서 그런 걸까? 


배심원단 9명의 면면을 제대로 소개하지도 않고 비전문가로 치부해버리거나 단순히 모서리가 둥글다는 이유만으로 디자인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적어놓고 있기도 하다. 한국 언론이 여러 면에서 상당히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이 하루이틀 일도 아니다. 이러니 사실 관계가 명확해 보이는 정보만 취하고, 보다 정확한 정보는 댓글이나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얻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배심원단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CNET News의 "How qualified is the Apple-Samsung jury? We found out" 기사 한 번 읽어보시길. 

간략히 보면 

9명의 배심원 중 4명은 인텔, AT&T 등의 테크놀러지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며, 1명은 하드 드라이브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고, 2명은 엔지니어라고 한다. 


성별로는 7명이 남성, 2명이 여성이며 연령대는 20대에서 60대까지인데 공식적인 기록상으로 최소한 5명이 50대 이상이며 20대 1명, 30대가 1명이고 나머지 배심원들의 나이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학력을 살펴보면 6명이 대학을 졸업했는데 그 중 3명은 석사 학위 소지자라고 한다. 다른 2명은 학위를 취득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에 다닌 경험이 있다고 한다. 


9명의 배심원단 모두가 미국 출생인 것은 아니다. 2명은 필리핀에서 1명은 인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현재 직업은 오토바이 매장 매니저 1명, 전기 기술자 1명, 시청 직원 1명, 인적 자원 상담원 1명, 판매 및 홍보 임원 1명, 사회 복지사 1명, 네트워크 운영 직원 1명, 무직 2명이라고 한다. 


페이스북 계정을 가진 배심원은 6명, 트위터 계정은 1명이며 블로그 계정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한다. 또 4명은 이메일을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인터넷 시간을 할애하며 6명은 검색 엔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1명은 게임을 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한다.


휴대 전화기 보유 상태를 보면 아이폰 1명,  삼성 피처폰 2명, LG 휴대 전화기 3명, 안드로이드 전화기 2명이며 무직자 중 1명은 휴대 전화기가 없다고 한다. 


배심원 1명은 그전에도 3번 배심원단에 소속되어 특허 등록 및 소송 관련 경험이 있다고 한다. 


위의 내용으로 봤을 때 구성된 배심원단이 IT쪽에 완전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비전문가들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번 평결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과 이러한 평결이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코나타님의 블로그  http://konatamoe.com/20165267804 와  

클리앙 http://clien.career.co.kr/cs2/bbs/board.php?bo_table=news&wr_id=1484249 및 

엔가젯 http://www.engadget.com/2012/08/25/breaking-down-apples-1-billion-courtroom-victory-over-samsung/을 참조하세요. 


사람들이 특히 많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모서리가 둥글면 애플 특허에 위반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점인데 실제 평결에서 이 사항에 걸린 제품은 베젤과 모서리 R값(모서리 R값은 근거 없는 소문인 것 같습니다. 찾아봐도 공식적인 언론에서 다룬 건 없네요)이 완전히 일치하는 갤럭시 S, 갤럭시 S 4G, 갤럭시 S의 변종 뿐이라고 한다. 즉 단순히 모서리가 둥글다고 애플 특허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디자인 특허와 관련해서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도 적용된 모양이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 외장, 제품의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빛깔, 크기, 모양 등을 말하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강화 추세에 있는 새로운 지적 재산권 분야라고 한다. 


코나타님의 블로그(http://konatamoe.com/20165267804)에서도 이미 다루고 있지만 여기에 덧붙여 삼성 전자가 애플 제품을 그대로 베낀 제품들을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글쓴이가 종종 들르는 아이폰 관련 러시아어 누리집인 http://www.iphones.ru/iNotes/240676 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것도 '삼성은 애플의 적이 아니라 애플의 광신자 Samsung не враг  Apple, Samsung фанат Apple'라는 제목으로. 


삼성 커넥터인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애플의 커넥터를 그대로 베꼈다. 흰색 커넥터 중 오른 쪽에 약간 더 긴 쪽이 애플 30핀 커넥터이고 왼쪽은 삼성 갤럭시탭 커넥터라고 한다. 


이번 평결에서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에 혁혁한 공(?)을 세운 문제의 그 갤럭시 S 되시겠다. 글쓴이도 처음 갤럭시 S를 봤을 때 아이폰 3GS랑 너무 똑같아 착각을 할 정도였다. 아이폰을 베낀 거구나 바로 느낄 수가 있었다. 전체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아이콘 모양 및 배치까지 아주 흡사하다. 중국을 흔히 짝퉁 천국이라고 조롱하는데 삼성을 보면 중국을 뭐라하기가 멋쩍어진다. 


아이폰 3G와 갤럭시 에이스 플러스. 이건 뭐 아예 아이폰을 대놓고 베꼈다. 



아이패드 2와 갤럭시 탭 7.0. 크기만 다를 뿐 전체적인 디자인은 너무나 흡사하다. 갤럭시 탭 7.0이 처음 나왔을 때는 그 당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상 지원 가능한 최대 크기가 7인치라 더 크게 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도있다. 


아이팟 터치 1세대 및 4세대 그리고 갤럭시 플레이어. 애플이 아이폰, 아이팟 터치 라이업으로 가자 삼성도 그대로 따라서 갤럭시 S와 갤럭시 플레이어 라인업으로 간다. 당연히 디자인도 닮았다. 따라쟁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폰 4가 3GS의 디자인을 버리고 보다 평평하고 4각형에 가깝게 나오자 갤럭시 2 또한 그렇게 나온다. 과연 그냥 우연의 일치일까? 


삼성 크롬 박스와 애플의 맥미니 


요즘 노트북에서 울트라북이 유행이다. 위쪽이 삼성의 울트라북 아래쪽이 애플의 맥북 에어(MacBook Air)


위쪽이 삼성 노트북 아래쪽이 애플의 맥북 프로. 



애플과 삼성의 충전 케이블 및 아답터. 두 말할 필요없다. 




아이패드용 스마트 커버가 나오자 삼성에서는 역시 갤럭시 탭용 스마트 케이스가 나온다. 이건 한국 언론에서도 좀 기사화가 되어 삼성이 궁색하게 변명하면서 욕은 먹었지만 슬그머니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의 포장. 단순히 제품 디자인을 베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포장까지 베꼈다. 사랑하면 닮는다는데 그거니? 


애플 매장과 삼성 매장. 매장에서 이런 식의 진열을 애플이 가장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꽤 닮아있다. 그간 삼성의 과도한 애플 사랑(?)을 봤을 때 애플 매장을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건 '삼성은 애플을 베끼지 않았다'는 제목으로 만든 삼성 조롱하는 영상. 



누가 봐도 삼성이 애플을 베낀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들은 마치 삼성이 큰 누명이라도 쓴 양 기사를 쏟아낸다. 언론이 제대로 된 기사를 쓰지 않으니 많은 사람들은 오해를 하고 진실은 어두운 안개에 가려져 버린 듯 희미하다. 그래서 보다 정확한 사실 관계는 왜곡된 진실을 바로 알리려는 블로그나 외국 언론을 통해서 찾아보아야한다. 블로그나 외국 언론이라고 100% 객관적인 입장에서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편향된 한국 언론보다는 낫다는 게 개인적인 경험이자 생각이다. 


삼성은 이번 미국 평결이 마치 자신은 전혀 죄가 없는데 억울한 누명을 당했다는 듯 언론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고 이번 일을 반면교사삼아 자신만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만들길 바란다. 솔직히 쪽팔리지 않나? 작은 기업도 아니고 대기업이 대놓고 그리 베끼는 거? 하긴 삼성이 그렇게 성장해왔고 그 일로 크게 데인 적도 없으니 지금까지 큰 문제 의식도 없이 막 나갔던 거 아니겠는가! 이제라도 정신 차리길. 어떻게 애플 따라쟁이가 자신들이 표방하는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나? 애플을 향한 지독한 사랑은 이제 그만 내려놓고 자신만의 길을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애플은 싫다는데 자꾸 따라가면 그건 스토커지 사랑이 아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