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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 Stories/Science/IT

북한 OS "붉은별" 자세히보기(원문 번역)

by 차가운 가을 2010. 3. 3.
*저도 처음에는 북한에서 꽤 괜찮은 운영체제를 만들었나보다하고 흥분해서 글을 올렸었는데 댓글들을 읽어본 후 기존 리눅스에서 약간 변형하고 추가한 수많은 리눅스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



다음(Daum) 주요 뉴스에 '북한이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제 "붉은 별"' 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어 들어가 봤더니
북한이 독자적 컴퓨터 운영체제 "붉은 별"을 개발했다는 모스크바-연합 뉴스가 올라와 있었다. 현재 모스크바에 살고 있고, 나름 IT쪽에도 관심이 있다보니 기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기사를 읽고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검색을 해보니 김일성 대학에서 공부 중인 러시아 유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원문글을 찾을 수 있었다.

기사에 비해 원문글이 그림과 함께 훨씬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또한 연합 뉴스의 기사 내용 중 일부는 블로그 원문글과 달랐다. 아마 기자가 번역하면서 오역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러시아 유학생이 쓴 글을 번역해 사진과 함께 올려 본다.

원문글과 사진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완성도가 꽤 높고 쓸만해 보였다. 물론 글쓴이의 전공이 IT쪽이나 컴퓨터 관련이 아니라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 하지만 얼마 전에 독자적인 운영 체제를 개발했다고 크게 떠들다가 시연회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했던 "티맥스"보다는 훨씬 완성도가 높아 보이고 안정적인 것 같다.

아래 번역하면서 다시 쓰겠지만, 정말 놀라운 사실 하나는 이 러시아 유학생이 "붉은 별"에 워크래프트 3(Warcraft 3)를 깔아 실행해 보았더니 아주 잘 되더라는 문구였다. 티맥스에서는 스타크래프트 조차 제대로 구동이 되지 않았던 점을 상기할 때 "붉은 별"의 윈도우즈와의 호환성이나 완성도를 감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워크래프트 3 실행 화면을 담은 사진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그 사진은 올라와있지 않다.

블로그 원문을 한글로 번역하고 필요한 경우 글쓴이가 조금 보충해 보았다.




***블로그 원문 번역과 일부 첨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의 운영체제인 "붉은 별"에 관해 전해들었는데, 오늘 이 운영체제를 소개해볼까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구입은) 훨씬 간단했다. 디스크는 기숙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정보 센터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붉은 별"은 서버용과 클라이언트용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그리고 별도로 이 운영체제용 소프트웨어 시디를 판매하고 있다(소프트웨어 시디는 운영 체제에 비해 가격이 2배 비싸다). "붉은 별"은 2000원, 소프트웨어 시디는 4000원이다.


"붉은 별"은 김정일 지도자의 지시로 개발되었다. readme 파일에는 "리눅스 커널(Linux kernel)에 기반해 우리 북한식으로 운영체제를 만들었다"는 문구 비슷한 내용이 숫자로 씌여져있다. 북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 운영체제는 완성 단계에 있으며 완벽히 안정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또한 아직까지는 사용처가 많지 않다고도 한다. 북한 사람들의 컴퓨터에는 보통 윈도우즈 XP가 설치되어 있으며, 비스타나 윈도우즈 7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나는 리눅스를 잘 모른다(예전에 몇 달 정도Kobuntu를 사용했었다). 그래서 "붉은 별" 운영 체제를 소개하는 정도 선에서 그치도록 하겠다.

디스크에는 단계적인 설치 설명서가 들어있다. 설치는 3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 첫째는 디스크에서 설치하는 방법, 둘째는 파일들을 하드에 복사한 후 윈도우즈 운영체제 내에서 설치하는 방법, 셋째는 네트워크로 설치하는 방법이다.

숨을 죽이고 디스크를 집어 넣고 실행시켰다. Live CD가 없어서 바로 설치가 진행되었다. 설치 과정 중 윈도우즈 XP를 ext3로 포맷했다. 파티션은 하나로 충분했다. 설치 시간은 10-15분 정도 걸렸으며 간단해 별 어려움이 없었다. 파일을 복사하는 동안 마치 윈도우즈 설치화면처럼 "더 빠르게, 더 간편하게" 등과 같은 별 의미없는 문구가 화면에 나타났다. 운영 체제의 언어를 선택할 수는 없었고, 단지 북한어 하나 뿐이었다.


"붉은 별" 운영체제 부팅 화면



처음에 선택할 수 있는 사용자는 "root"하나 뿐이지만, 나는 사용자 "kim" 을 하나 더 만들고 북한 만화 등장 인물을 아이콘으로 선택했다.



아래 사진이 바탕 화면이다.



내 컴퓨터는 낡은 그래픽 카드에 오래된 AMD Athlon XP 1500+ 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붉은 별"의 최소 설치 사양은 CPU는 펜티엄 III 800Mhz, 256Mb RAM, 3Gb 하드 용량이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비스타는 어림도 없다.

보다시피 바탕 화면에는 "나의 콤퓨터", "제품소개", "회수통(휴지통)" 세 개의 아이콘이 있다. 왼쪽 하단 붉은 별을 누르면 주요 메뉴가 뜨며 그 옆에는 빠른 실행 아이콘이 있다. 그 다음에는 시스템 트레이창과 날짜 및 시간이 보인다. 지금은 주체 99년이라고 적혀있다. "나의 콤퓨터"를 열고 파일 탐색기를 실행해보면 아래와 같이 뜬다.


기본 프로그램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파이어폭스(firefox)와 비슷한 웹브라우저 "내 나라", 간단 텍스트 편집기, 그림장, pdf 파일 뷰어, 오디오 및 비디오 재생기, 녹음기, 나의 등록부(archiver), 가상 디스크 작업 프로그램, 간단 계산기, 기호표, 파일 탐색 등이 있다. 웹브라우저인 "내 나라"를 제외하고 다른 프로그램은 특별한 명칭이 없다(예를 들면, 그래픽 편집기로만 적혀 있음). 그리고 "하나"라는 독자적인 자판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북한어,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와 일본어를 지원하며 윈도우즈 표준 자판 배치와는 차이가 있다.

게임은 3 가지가 들어있다.: 알색 맞추기, 지뢰 찾기, 원자맞추기.



소프트웨어 시디에는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들어있다.
- "붉은별"사용자용체계의 봉사기환경
- 통합사무처리프로그램 "우리"
- CD/DVD 쓰기 프로그램 "은반"
- 전자우편의뢰기 "비둘기"
- 조선장기와 수풀이 "명수"
- 확스(팩스)송수신기 "반사경"
- 비루스왁찐(안티바이러스) "클락새(크낙새)"
- 주소록 "내 동무"
- 문서처리체계 "서광"
- 화상처리프로그램 "환상"
- 파일전송프로그램 "파도"
- 방화벽말단프로그램 "평양성"
- 대규모과학기술계산환경 "병진"
- 파일완전성검사프로그램 "초병"
- 윈도우즈환경지원프로그램 "만능"

아래는 프로그램 매니저 화면이다.


소프트웨어는 확장자 repo, rpm, deb 인 파일을 실행시켜 컴퓨터에 설치할 수 있으며 내부 저장소(repository)에서 불러올 수도 있다. 또한 이곳에서 운영체제 업데이트 또한 가능하다.

몇 가지 프로그램의 사진을 보도록 하자.


위의 사진은 인터넷 웹브라우저 "내 나라"이다. 네트워크상의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파이어 폭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리눅스 i686용 한글판 파이어 폭스 최신 버전을 내려받아 설치했다. 구글(Google) 또한 내 운영 체제 언어를 북한어로 인식했다.

보다시피 검색창은 구글이 아니라 "Naenara BBS"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터넷은 되지 않았다. 또한 "내나라", "한마음", "국가망정보센터"등도 들어가지지 않았다.

아래 사진들은 오픈오피스(OpenOffice), CD/DVD 굽기 프로그램, 방화벽말단프로그램, 전자우편의뢰기, 장기, 통합사무처리프로그램이다.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클락새(크낙새)를 실행시켜 파일을 검사했더니 몇 개의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즉시 치료를 했다. 윈도우즈 에뮬레이터(Wine으로 추정)에 대해 언급하자면, 윈도우즈 98과 윈도우즈 2000과 에뮬레이션(emulation)을 가능하게 해 주는 프로그램 설정도 가능했다. 그 중에는 북한 사전 프로그램인 "삼흥"과 전자 도서관류 프로그램 "미래"도 포함된다. 워크래프트 3를 실행시켰더니 잘 작동했다. 미란다(Miranda)와도 아주 잘 호환되었다.






요악하자면, "붉은 별" 운영체제의 소프트웨어는 다른 운영체제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리고 운영체제 자체 내의 어떠한 정치적인 광고도 없다. 시작이 아주 좋다. 다음에 또 살펴보도록하자.

***번역 및 첨가 끝***


러시아 유학생이 꽤 자세하게 "붉은 별"에 관해 설명을 해놓았다. 번역을 하며 글을 올리면서 "이거 정말 물건이구나"라는 생각이 또 든다. 부족한 부분을 좀 더 개선하고 채우면 꽤 쓸만한 운영체제가 아닐까 싶다. 기회가 되면 꼭 구해서 설치해보고 싶어지는 운영체제다. 그런데 지금 티맥스는 뭐하고 있나?

블로그 답글을 보니 유학생은 여름 즈음에 러시아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글은 북한에서 올린 것이다. 적어도 외국인에게 인터넷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모양이다. 어쩌면 북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상당부분 왜곡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