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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Story/엿보기 Gossip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스크바 꿀시장의 향기 속으로

by 차가운 가을 2010. 10. 4.
해마다 가을이 오면 모스크바에서는 꿀시장이 열린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9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짜리찌노(Царицыно)에서 꿀시장이 열렸다. 

작년 꿀시장 방문기도 블로그에 올렸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http://pleiades237.tistory.com/152 를 둘러보세요. 

글쓴이는 9월이 끝나는 날인 30일에 꿀시장을 다녀왔다. 꿀시장이 열리는 "짜리찌노"라는 곳은 박물관 및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궁전, 분수, 다리 및 정교회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마치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거나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글쓴이는 파란 하늘과 맑은 날씨에 이끌려 꿀시장을 들르기 전에 "짜리찌노"를 잠시 산책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은 짜리찌노 공원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도 몇 장 올려본다. 

우선 간략히 역사를 설명하자면 여제 에까쩨리나 2세의 명령에 의해 1776년~1796년 사이에 지어진 곳이다. 1776년 부터 1786년 까지 10년 동안은 건축가 바제노프의 감독 아래 지어졌다. 그러나 에까쩨리나 2세의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다른 건축가인 까자꼬프에 의해 재건설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1796년 에까쩨리나 2세가 사망하면서 이 대규모 공사는 중단되었다. 

"짜리찌노"는 러시아의 독특한 고딕 양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념물이기도 하다. 1984년 박물관 및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대규모 복원 공사를 통해 2007년 복원된 궁전 건물이 공개되었다. 

입구쪽으로 커다란 잔디밭과 벤치 그리고 저 멀리 분수와 궁전이 보인다. 



볼록한 다리를 건너면 분수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정교회와 대궁전. 이미 모스크바에는 가을이 놀러와 나뭇잎들이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노랗게 또는 붉게 물든 단풍이 파란 하늘과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어 감탄했다. 자연의 색깔을 인공적으로 따라하기에는 힘들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하늘의 푸른 햇발이 나뭇잎에 튀어오르니 단풍은 더더욱 포근하게 안겨온다. 



대궁전의 모습.



정교회와 무도회장. 대궁전을 뒤에 두고 바로본 모습으로 꽤 널찍하다. 고딕풍의 단순한 듯 하면서도 화려하고 웅장한 대궁전 앞에 선 정교회와 무도회장은 참으로 수수해 보인다. 그러나 초록색 위에 다소곳이 선 그 수수함은 하얀 구름낀 파란 하늘 아래 빨강 노랑 단풍과 어울려 포근하게 다가온다. 



끝이 어딘지도 잘 보이지 않는 호수도 있다. 



분수 옆 또 다른 궁전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목에서 또 한 장. 



지금부터는 꿀시장을 여행해 보자. 꿀벌 모양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꿀시장임을 알리는 플래카드. 입구에는 경찰들이 지키고 서 있다. 러시아에서는 어느 곳을 가던지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경찰도 있다. 


꿀시장을 들어서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



각종 꿀들이 시식용으로 유리병에 담겨있다. 시식은 마음껏 무료로 할 수 있어서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많은 꿀들을 음미해볼 수 있다. 주로 많이 전시되어 있는 꿀은 보리수나무, 토끼풀, 메밀, 밤, 아카시아, 호박, 버드나무, 살구 등이다. 



커다란 덩어리 꿀. 저렇게 크고 딱딱한 것이 꿀이라니 볼 때마다 놀랍고 신기하다. 




꿀을 담아 주는 모습. 꿀은 유리병에 담아서 보관하는게 좋다. 물론 냉장 보관은 필요없고 실온에 보관하면 된다. 



역시 시식용으로 전시된 다양한 꿀들의 향연. 꿀 중에 보통 밤꿀을 으뜸으로 친다. 밤꿀은 단맛 보다는 쓴맛이 강할 수록 품질이 좋다고 여겨진다. 



메도부하(Медовуха). 꿀로 담근 술이다. 마시면 달짝지근하니 좋다. 도수는 낮게는 5도 정도, 높게는 15도 정도까지 있다. 대개 색깔이 진할 수록 도수가 높다. 




꿀이나 꿀술 뿐만 아니라 꽃가루(пыльца)나 화분(перга), 프로폴리스(밀랍, прополис), 벌집 덩어리(забрус)들도 살 수 있다. 



조그마한 병에 든 프로폴리스



꽤 거대한 벌집 덩어리. 자세히 보면 좀 징그럽다. 



댜앙한 종류의 프로폴리스와 벌꿀 그리고 양초가 보인다.



벌집채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 팔기도 한다. 



벌꿀로 만든 과자도 판다. 



밀랍으로 만든 양초. 사진에는 없지만 다양한 모양과 크기가 있다. 



다른 나라 방송국에서 취재를 왔다.



해가 질 무렵 꿀시장. 시간도 좀 늦었고 날씨도 쌀쌀해져서 사람들이 집으로 많이 돌아가 한산해졌다.



이번 꿀시장에서 사 온 꿀들. 어떡하다보니 작년보다 많이 사게 되었다. 메밀꿀, 호박꿀, 밤꿀, 고수꿀, 버드나무꿀, 프로폴리스가 담긴 꿀 등을 샀다. 이거 다 먹으려면 부지런히 타마셔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