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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Story/유용 정보 Information

모스크바 아이폰 4 구입기와 간단 사용기

by 차가운 가을 2010. 9. 29.
드디어 러시아도 9월 22일부터 공식적으로 아이폰 4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글쓴이는 아이폰 4는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쯤에나 되어야 러시아에 아이폰 4가 공식적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아이폰 3GS가 올해 3월에야 공식적으로 수입되어 판매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러시아도 이제 아이폰 4를 판매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9월 22일은 뜨베르스까야 거리 17번지의 스뱌즈노이(Связной, 통신기기 매장 지점) 한 곳 에서만 판매를 했다. 정확히 9월 22일 밤 12시가 되면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미 판매되기 훨씬 이전 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스뱌즈노이에서 가져온 물량은 300개 밖에 되지 않았고 하룻 밤만에 다 팔려 나갔다. 이 매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행사를 실시했다. 하나는 아이폰 4 첫 번째 구매자에게 맥북 프로 2대를 선물로 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 정식 수입품 아이폰 3G/3GS를 용량 및 색상과 상관없이 상자와 구성품 일체를 같이 가져온 선착순 50명에게는 반값에 아이폰 4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현재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수입된 아이폰 4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16G는 31,900루블(120만원)이고 32G는 36,900루블(140만원)이다. 한국에 비해 꽤 많이 비싼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애플 가격 정책은 보통 동일 모델일 경우 기존 제품과 같은 가격에 출시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아이폰 3G, 3GS, 4 등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가격을 올려왔다. 그래서 아이폰 4는 어쩌면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9월 24일 부터는 스뱌즈노이 매장 뿐만 아니라 찌프라보이(цифровой), 엠-비디오(М-Видео), 비라인(Билайн), 엠테스(МТС), 예브로세찌(Евросеть)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매장에서 아이폰 4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주로 시내 쪽에 위치한 극소수 매장에서만 가능하다. 3대 이통사 중 하나인 메가폰(Мегафон)만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아이폰 4를 들여오지 않았다.  

글쓴이는 24일 한국의 용산과 비슷한 가르부쉬까에 들러 아이폰 4의 가격과 판매 현황을 알아보았다. 이미 공식적으로 아이폰 4가 풀렸으니 유럽판이나 홍콩판 등 비공식 아이폰 4의 가격이 내려갔을 거라고 예상하여 가격만 적당하다면 구매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웬걸 워낙에 공식적으로 풀린 물량이 적었던지라 비공식 아이폰 4 16G의 가격은 33,500루블 정도에 거래되고 있었다. 오히려 공식 가격보다 더 비쌌다. 

또한 가르부쉬까의 수많은 매장에서조차 공식 수입 아이폰 4를 구경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아이폰 4를 싸게 사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고민 하다가 공식 아이폰 4를 구매하기로 결정 시내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뜨베르스까야 거리의 에브로세찌, 스뱌즈노이, 엠떼에스 등 매장 네군데 정도를 들렀으나 이미 다 팔리고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한 곳에서는 지금 예약하면 일주일 후쯤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물량이 워낙 적게 풀린 탓에 구매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거의 포기하다시피하고 마지막 남은 에브로세찌에 들렀다. 그 곳에도 아이폰 4는 전시되어 있지 않았다. 역시 오늘 아이폰 4를 구매하기는 글렀구나 생각하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폰 4 16G 있냐고 물으니 직원이 있다며 창고로 들어가서는 물건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바로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돈을 지불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쓰는 심카드를 직원이 가위로 잘라 마이크로 심카드를 만들고, 아이튠즈에 연결하여 활성화도 했다. 원래는 마이크로 심카드 만드는 비용과 아이튠즈 접속 활성화 비용을 받는 모양인데, 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하니 그럼 무료로 해주겠다고 하더니 결국은 150루블을 받았다. 

현재 러시아에는 아직 마이크로 심카드가 들어와있지 않다. 그래서 기존 심카드를 가위로 잘라 마이크로 심카드로 만들어야한다. 그러나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칩을 손상시키지 않고 아이폰 4에 들어갈 수 있게끔 심카드를 잘라내기만 하면 된다. 일반 가위로도 심카드는 잘 잘리니 일반인들도 그리 어렵지않게 마이크로 심카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이폰 4를 산 기념으로 처음으로 구매한 매장을 사진으로 담았다. 보호 필름을 뜯지 않고 찍어 야간 흐리지만 꽤 잘 나와 감탄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이폰 4 포장 상자. 아이폰 3GS 상자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뭔가 투박하고 촌스럽다. 아이폰 4 전체가 다 나왔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뒷면에는 비라인이 수입을 한 건지 '비라인' 용지가 붙어 있다.



아이폰 3GS의 경우 러시아 국가 코드는 RS 였는데 이번 아이폰 4는 국가 코드가 RR로 바뀌었다. 시리얼 번호를 보면 84 다음에 036이라고 적혀 있는데, 2010년 36주차 생산 제품임을 의미한다. 즉 9월에 생산된 제품이라는 뜻이다. 



아이폰 3GS와 별다를 바 없는 이어폰, 충전선, 충전기.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아이폰 4. 아이폰 3GS로 찍었는데 실제로 보면 더 이쁘고 고급스러운데 잘 안 나왔다. 



뒷면이 좀 밝게 나왔는데 실제 색깔은 아주아주 까맣다. 마치 한 밤중에 먹물을 뿌려놓은 듯이 검다. 



기존 심카드를 가위로 잘라 만든 마이크로 심카드. 칩만 손상되지 않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주면 된다. 물론 어느 정도 크기와 모양은 맞아야된다. 



아이폰 3GS 상자와 비교해보면 폭, 높이, 길이 다 작다.



특히 높이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데 거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폰 4는 3GS에 비해 카메라 화소도 500만으로 늘었났고 성능도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HDR(High Dynamic Range)기능을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HDR 이란 각기 다른 노출을 준 3장의 사진을 찍은 다음 합성하여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주는 기능을 말한다. 

아래 두 장의 사진은 한 밤중에 집 근처를 찍은 것이다. 바로 아래 사진이 일반 기능으로 찍은 사진이며 그 아래 사진이 HDR 기능으로 찍은 사진이다. 

일반 사진


HDR 기능으로 찍은 사진


일반 사진은 환한 곳이 날라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데 반해 HDR로 찍은 사진은 보다 또렷하게 구분이 간다. 밤중에 밝기의 차이가 심한 곳을 찍으려면 HDR 기능을 켜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밝은 곳에서는 HDR로 사진을 찍는 것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물을 얻는다. 바로 아래 사진이 일반 사진이고 그 아래 사진이 HDR 기능으로 찍은 사진이다. 배고파서 집 근처 초밥집에서 산 음식들을 불빛 아래 찍어본 사진이다. 

일반 사진


HDR 사진

밝은 곳에서는 HDR 기능으로 찍으면 모든 부분들이 실제보다 더 밝게 나와 사진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또한 HDR 기능은 3 장의 사진을 찍어서 합성하므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는다면 그 피사체들이 겹쳐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움직이는 사진을 찍을 때도 HDR 기능을 추천하지 않는다. 

요약하면 HDR 기능은 역광의 사진을 찍을 때, 밝기 차이가 명확한 곳을 찍을 때, 풍경 사진을 찍을 때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아이폰 4를 사고 또 하나 실험해본 것이 그 말이 많은 데쓰 그립(Death grip)이다. 실험해 본 결과 확실히 데쓰 그립은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3GS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이폰 4와 3GS 둘 다 측면을 잡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면 안테나가 줄어들었다. 집에서 실험했는데 3개 이하로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말이 많은 통화 중 끊김 현상이나 수신 누락 현상은 없었다. 그러나 통화 중일 때 측면을 손으로 감싸 쥐면 전파가 방해되는 듯한 소리인 '찌직 찌직' 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즉 아이폰 4가 안테나 설계에 문제가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전체적으로는 전화기로서의 아이폰 4의 기능에 만족하는 편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아이폰 4가 무슨 결함 투성이인 것 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며칠 사용해 본 소감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안테나 설계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했지만 통화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별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폰 3GS에 비해 뛰어난 선명한 화질, 향상된 카메라 화소 및 품질, 전면 카메라 탑재, 플래쉬 탑재, 빠른 속도 등을 이유로 확실히 매력적인 제품임에 틀림없었다. 비록 비싸게 주고 샀지만 후회되지 않는다.

아이폰 4와 3GS의 화질 차이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컸다. 아이폰 4의 화면을 보다가 아이폰 3GS 화면을 보면 흐릿한 안개를 통해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눈도 아프고 아이폰 3GS의 픽셀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와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아이폰 3GS 화면에 만족해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마지막으로 아이폰 4와 3GS 비교 사진. 오래된 디카라 화질이 많이 안좋다. 실제로 보면 아이폰 4는 훨신 더 예쁜데 잘 안 나와 아쉽다. 디자인은 솔직히 3GS에 비해 더 세련된 건지 후퇴한 건지 모르겠다. 손으로 잡은 느낌은 3GS가 더 좋다. 3GS는 부드러운 곡선인데 반해 4는 직각이라 오래 쥐고 있으면 손이 아프다. 



같은 화면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폭이 3GS가 조금 더 넓어 화면도 더 넓어 보인다. 화면을 껐을 때 액정 색깔은 아이폰 4가 훨씬 더 까맣다. 



두께는 아이폰 4가 확실히 더 얇다. 그러나 곡선이 아니고 직각이라 실제로는 두께 차이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폰 4는 아이폰 3GS와 달리 뒷부분은 강화 유리로, 옆 부분은 금속 재질로 되어 있어 흠집에 매우 강하다. 현재 케이스와 보호 필름을 씌우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데 별 이상이 없다. 그러나 강화 유리는 충격에 약할 뿐만 아니라 흠집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라 케이스와 보호 필름을 할 생각이다. 

이상으로 모스크바에서 아이폰 4를 구매하기까지의 과정과 간단한 사용기 및 실험, 3GS와의 비교 등을 알아보았다. 혹시나 불량 화소가 있거나 오줌 액정이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불량 화소도 없었고 오줌 액정도 아니었다. 다만 카메라 렌즈 안에 미세 먼지와 누가 일부러 그래 놓은 것 처럼 정중앙에 먼지인지 기스인지 하얀 무언가가 있었다. 다행히 사진 상으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아 그냥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구매하실 분들은 이곳저곳 꼼꼼히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