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ussia Story/유용 정보 Information

모스크바에서 아이폰 3GS 홍콩판 구입하다.

by 차가운 가을 2010. 5. 3.
한국은 아이폰 출시를 2년여동안 계속 미뤄오다가 KT가 작년 그러니까 2009년 11월 28일 정식으로 아이폰 3GS를 출시했다. 출시와 함께 아이폰은 현재 60만대 이상을 팔아치우며 한국 휴대전화 업체와 이동 통신사의 생태계를 바꾸며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히 혁명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과는 반대로 러시아는 아이폰 2G와 3G는 애플에서 출시하자 곧바로 들여왔지만 3GS는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2010년 3월 16일 겨우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아이폰 3GS가 나온지 거의 9개월이 지난 후였다. 작년 6월 8일 열린 WWDC에서 애플측은 8월 9일 출시국에 러시아를 포함시켰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은 셈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러시아 이통사와 애플측의 아이폰 출시 가격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글쓴이는 작년 8월경부터 아이폰 3GS 정식 출시를 기다려오다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길래 이미 포기하고 잊은 채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올해 3월에 정식으로 출시된 걸 알고 구입을 망설이다가 결국은 구매를 결정 2주 전쯤에 구입해서 지금은 후회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글쓴이가 구매를 망설인 이유는 곧 4G가 출시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GS의 경우를 비쳐보면 4G 또한 언제 들어올 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일단은 3GS를 구매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하고 구입을 했다. 

사실 러시아에서는 돈만 있으면 작년 6월 애플이 아이폰 3GS를 출시하자마자 곧바로 구입할 수 있었다. 일반 매장에 비공식적으로 아이폰 3GS를 들여와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입하기에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 당시 16Gb 3GS가 35,000~40,000루블(한화 1백 4십만원~1백 6십만원) 정도 한 걸로 기억한다. 

러시아 이통사에서 정식으로 아이폰 3GS를 3월 수입하면서 그 가격도 이제 많이 내려갔다. 공식적인 판매 가격은 16Gb는 29,990 루블(1백 2십만원)이고 32Gb는 34,990 루블(1백 4십만원)이다. 기타 국가에 비해 결코 싸지 않은 가격에 출시되었다. 

그러나 얀덱스 마켓(Яндекс Маркет)으로 가격을 알아보니 3GS 16Gb평균가는 25,500루블로 공식가격보다 꽤 싼 편이었다. 그러나 이 가격에는 함정이 있다. 최저가는 22,700루블로 되어있는데 이 가격에 판매되는 3GS는 미국판이다. 무턱대고 싸다고 구입했다가는 미국판을 손에 넣게 되어 탈옥(Jailbreak)과 소프트 언락(Soft unlock)을 하지 않고서는 러시아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낭패를 맛보게 된다.

참고로 러시아 또한 팩토리 언락(공장 잠금 해제 출시, Factory unlock)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러시아 정식판이든 기타 국가에서 구입한 팩토리 언락 아이폰이든 상관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이통사에 관계없이 심카드를 꽂으면 바로 사용이 가능한이다. 이건 참 좋은 점이다. 러시아에도 이통사의 아이폰 약정 가입이 있다. 하지만 요금 체계가 비싼 등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 아이폰을 러시아에서 사용하고 싶으신 분은 아이폰을 직접 구매해서 마음에 드는 이통사 심카드를 꽂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럽판(팩토리 언락)이라고 명시된 아이폰 3GS 16Gb의 경우는 최저가가 24,000루블 정도였으며, 러시아 이통사 정식 수입품은 26,000루블 정도였다. 가격이 확실히 매장보다는 싸고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러시아도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이 활성화되어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구매를 할까 망설이다가 고가의 제품이라 확실히 눈으로 보고 직접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러시아의 용산"이라 불리는 가르부쉬까(Горбушкин Двор)로 향했다. 



글쓴이는 항상 가루부쉬까에 들러 전자 제품을 구입한다. 가장 싼 곳이기도 하거니와 가장 제품이 많은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치는 지하철 4호선 바그라찌오놉스까야(Багратионовская)에서 시장 쪽으로 2백 미터쯤 걸어가다보면 나온다. 모스크바 사시는 분들은 이 곳에서 전자 제품을 구입하시길 강추천 드린다. 누리집(홈페이지의 순 우리말)은 http://www.gorbushkin.ru/index.php 이곳이니 방문해 보시길.

굉장히 커다란 3층 건물이 하나로 이어져있다. 1층에는 주로 휴대 전화기, MP3 플레이어, 디지털 사진기 등과 관련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2층에는 각종 컴퓨터 부품, 노트북, 프린터, 모니터 등과 음악 CD, 영화 DVD 및 프로그램 등을 판매한다. 3층에는 엘도라도(전자 제품 대리점)가 위치하고 있다. 건물이 큰 만큼 입구도 여러 곳이 있다. 



가루부쉬까가 가격이 싸긴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보다는 비싸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몰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몇 만원 더 주더라도 안심하고 매장에서 직접 사기로 결정했다. 가르부쉬까에 들러 가격을 알아보니 유럽판 3GS 16Gb가 24,5000루블 정도로 인터넷 쇼핑몰과 별 차이가 없었다. 생각보다 싼 가격에 놀라며 속으로는 만세를 외치며 매장에서 직접 사기로 마음을 굳혔다.  

1층.


2층.

독특한 디자인의 아이폰 케이스들. 

그러나 여기에서 세심히 살펴보아야할 것이 있다. 매장 직원들이 유럽판이라며 보여주는 아이폰을 확인해보니 대부분이 홍콩판이었다. 심지어는 이집트판도 있었다. 홍콩판이야 유럽판과 똑같이 팩토리 언락이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집트판은 락이 걸려있는 제품이라 러시아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잘 모르고 샀다가는 큰 낭패를 본다. 

아래 사진은 글쓴이가 산 아이폰 상자 뒷면이다. Part No. MC131ZP/A 라고 씌여져 있는데, MC는 3GS를 뜻하고 ZP는 국가 코드인데 홍콩판을 뜻한다. 참고로 러시아판은 RS, 미국판은 LL 이다. 러시아 정식 수입판도 홍콩판과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하는 곳도 있었는데, 그렇게 낮은 가격에 판매될 리 없다고 판단 혹시 사기가 아닐까 의심이 되어 결국은 안전하게 홍콩판을 구입했다. 러시아 정식판이 맞는지 제대로 확인을 못해본 것이 좀 아쉽긴 하다. 

흥정을 해서 500루블을 깎아 결국 24,000 루블(한화 95만원 정도)에 아이폰 3GS 16Gb를 구입했다. 매장 직원이 정말 친절해서 마음에 들었다. 아이폰에 내가 기존에 쓰던 비라인(Beeline) 심카드를 꽂고 아이튠즈로 동기화 시킨 후 테스트도 마쳤다.



글쓴이는 아이팟 터치 1세대를 가지고 있어서 연결 케이블은 아이팟 터치 것을 그대로 쓰고 있고, 이어폰도 젠아이저 CX 300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번들 이어폰도 그대로 상자에 넣어두었다.
 


홍콩판도 유럽판이나 러시아판과 주변기기를 포함해 모든 것들이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 충전기를 살펴보니 모양이 다르다. 이때 약간 당황했다. 알고보니 홍콩은 한 때 영국의 식민지여서 영국과 같은 모양의 콘센트를 사용한다고 한다. 가게에서 100루블 주고 호환 콘센트를 사서 연결해 사용해보니 충전이 잘 된다. 모양은 별로지만 충전만 잘 되면 되니 상관없다. 그리고 보통은 노트북으로 충전을 하는데 급히 충전할 일이 있으때는 콘센트에 연결한다. 노트북으로 충전할 때보다 콘세트에 직접 연결하면 충전 속도가 2배 정도는 빠르기 때문이다. 



600루블 (2만 4천원) 주고 구매한 실리콘 케이스. 브랜드도 없고 포장 상자도 없이 케이스만 덩그러니 판다. 그러나 아이폰에 끼워보니 품질은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아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다만 착색이 깔끔하지 않고, 부분부분 이미 탈색이 된 곳도 있다. 진동 전환 단추와 케이스의 구멍 부분이 너무 딱 붙어 있어 진동으로 전환하기가 꽤 어렵다. 보호 필름은 400루블 주고 구매 후 직원이 직접 붙여주었다. 지문 방지용이라 투명도가 낮고 기스가 잘 생기는 듯 해서 며칠 만에 떼어버리고 Цифровой Центр에서 350루블짜리 보호 필름을 사서 붙였다. 이 보호 필름도 기스는 잘 생기지만 감촉이나 화면 밝기가 마치 보호 필름을 붙이지 않은 것과 별 차이가 없어 만족하며 사용 중이다. 액세사리 가격이 확실히 한국에 비해서는 많이 비싼 편이다. 사실 모스크바는 한국에 비해 싼 제품이 거의 없다. 거의 모든 제품들이 품질은 떨어지는데 가격은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아이폰 화면. 디지털 카메라가 고장나는 바람에 아이폰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 점이 아쉽다. 언어는 한국어로도 했다가 러시아어로도 했다가 기분 내키는대로 바꾼다. 이것저것 설치했더니 유료로 구입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새 8쪽에 달할 만큼 많은 어플들이 설치되어 버렸다. 



글쓴이와 2년 간을 함께 했던 아이팟 터치 1세대. 늘 함께 하다 보니 어느 새 애정이 생겨 버렸다.  2년 동안 정말 정말 요긴하게 사용했다. 이젠 배터리 사용 시간도 확 줄어들어서 실질적으로는 사용하기 힘들게 되었다.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둘 생각이다. 나름 잘 어울렸던 가죽 케이스도 함께...


아이팟 터치 1세대를 사용하다가 아이폰 3GS를 사용해보니 속도면에서나 기능면 나아가 활용도면에서 그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이제 아이폰 3GS로 더 유익하고 재밌는 모스크바 생활을...

혹시나 모스크바에서 아이폰을 구매하시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