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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Story/유용 정보 Information

북한 로조/조로 사전 삼흥 3.0

by 차가운 가을 2010. 2. 24.
*삼흥 사전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신데 죄송하지만 사전은 공유하지 않습니다. 향후 발생할 지도 모를 문제를 막기 위함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북한에서 만든 로조/조로 사전 "삼흥 3.0"을 잠시 소개해볼까 한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삼일포정보쎈터에서 만들었으며, 1998-2004 로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3.0판은 2004년도에 배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원 운영체제는 윈도우즈 95부터 XP까지 적혀 있지만 시험해 본 결과 비스타(Vista)와 윈도우즈 7에서도 완벽하게 호환되지는 않지만 사용상에 큰 불편함은 없을 정도였다.

단 하나(마우스위치의 단어자동추출)만 해제해주면 아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 기능은 마우스 화살표를 단어 위에 갖다대면 자동으로 인식해 해당 단어의 뜻을 보여주는 기능인데 활성화해 놓으면 자꾸 윈도우 탐색기 문제가 발생해 꺼져버린다. 그래서 반드시 이 기능을 해제해 주어야 한다.


이 사전은 비단 러시아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및 독일어까지 지원한다. 이 사전에 대한 설명을 잠시 보면 로조 대사전은 올림말수 30만개, 조로대사전 올림말수는 15만개이다. 현재 한국에 출판되어 있는 종이 사전 중 최고의 단어 및 어휘수를 자랑하는 주류 출판사 노한 사전의 올림말수가 11-12만개 정도임을 감안할 때 무려 3배에 이르는 거대한 양이다. 한노 사전 또한 올림말 수가 3-4만 개 정도인데 반해 조로대사전은 4-5배 가량 많은 수인 15만 개를 포함하고 있으니 그 양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소련이 해체되어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나 교류가 예전만큼 돈독하지 못하다. 하지만 과거 소련시절에는 북한과 정치, 군사, 경제 및 문화 등 전반적으로 아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북한 유학생들이 러시아에서 공부를 했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하면 러시아어에 대한 자료 및 연구 성과 등이 한국보다는 많고 풍부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삼흥 3.0 사전 설정창인데 위에서도 설명했다시피 반드시 "마우스위치의 단어자동추출"을 선택해제 해야만 한다. 처음에 이 사실을 몰라 자꾸 윈도우 탐색기 문제가 발생해 컴퓨터에서 이 사전을 지워버릴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제 발생의 원인이 이것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해 해제를 해주었더니 아주 잘 작동한다.

우선 조로 사전을 살펴보자.

역시 북한에서 만든 사전답게 미국을 검색했더니 "미국놈" 이라며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미국" 이라는 단어는 아예 등록되어 있지 않은데 다른 나라 또한 마찬가지로 그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조로 사전에서는 나라나 지역은 거의 등록되어있지 않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한국이 두음 법칙을 사용하는데 반해 북한은 두음 법칙을 폐지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단어로 검색을 해야한다. "요리"로 검색을 하면 나타나지 않고 "료리"로 검색을 해야한다. 그 이외에도 두음 법칙을 쓰지 않아 한국과 다른 단어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사이시옷 또한 북한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어로 "찻간, 툇간, 횟수, 셋방, 숫자, 곳간" 등은 북한어로 "차간, 퇴간, 회수, 세방, 수자, 고간" 으로 표기한다.


외래어 또한 한국과 차이를 보인다. "버스"가 아니라 "뻐스"이며 "라디오" 가 아니라 "라지오"로 찾아야한다. 한국의 외래어는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북한의 외래어는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이외에도 "케이블"은 "까벨"로 표기되는 등 많은 부분에서 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개"를 검색해 보았더니 속담이나 관용어구를 상당히 많이 보여준다. 하지만 확실히 한국에서 사용하는 속담이나 관용어구와는 차이가 있다. 아마 그 지역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있고, 보다 옛스런 표현이 북한에는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보다" 를 검색해 보았다. 일반적으로 흔히 쓰이는 단어들은 그 예문 또한 자세히 나열되어있다. 검은 세모 표시를 마우스로 누르면 예문들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제 로조 사전을 살펴보자. 가장 흔히 쓰이는 기본 동사인 "читать" 를 검색해보았다. 강세 표시 뿐만 아니라 인칭 변화형과 완료형, 단어미, 형동사 등도 보여준다. 변화형이나 명령형, 과거형, 형동사, 부동사, 단어미 등의 상세한 단어 정보가 링보 사전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이 정도면 꽤 자세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형용사의 경우는 비교급도 표기해준다.



뜻을 알고 싶은 단어를 일일이 검색창에 적을 필요없이 해당 단어에 마우스 화살표를 갖다대고 왼쪽 단추를 두 번 누르면 아래와 같은 창이 뜨면서 결과를 보여준다. 이미 대부분의 컴퓨터용 사전에서 지원하고 있는 기능인데 삼흥 3.0도 지원해주고 있다.



약어도 물론 검색해볼 수 있다. KGB를 검색해본 결과이다.


약어 뿐만 아니라 유명한 인물 또한 등록되어있다. "똘스또이"를 검색해봤더니 두 명의 유명한 러시아 작가 "똘스또이"에 관한 간략한 설명이 나타난다.



단어장 기능도 있다. 최대 500개의 단어까지 등록이 가능하다.


# 총평 #
전반적으로 디자인은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단어와 어휘수 만큼은 기존에 나온 한러/러한(조로/로조) 사전 중 최고를 자랑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만든 사전이라 한국에서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점도 몇 가지 있다. 

우선 두음법칙 적용 여부와 사이시옷 표기 여부 및 외래어 표기 방식 등이 서로 다르다. 또한 북한어와 한국어 사이에도 차이가 상당수 존재한다. 그리고 한국은 외래어 특히 영어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쓰는데 반해 북한은 최대한 우리말 또는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이질감 또한 단어를 정확히 찾고 이해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컴퓨터용 한러/러한 사전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유용한 사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로조 대사전의 경우 올림말수가 30만개나 되기 때문에 최신 러시아어나 특수 전문어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검색이 된다. 만약 결과에 나타난 북한어가 생소하다고 해도 충분히 한국어로 추측이 가능하며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도 북한어를 검색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등도 지원하니 이 언어들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름 유용할 것이다. 다만 북한에서 만든 사전 프로그램이니만큼 구입하기가 만만치않다.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는데 가격이 꽤 비싸다. 무려 16만원. 지금도 구입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관심있으신 분은 이곳(아시아 저널 누리집)을 누르면 바로 이동합니다.

한국에서도 빨리 괜찮은 컴퓨터용 한러/러한 사전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