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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Story/엿보기 Gossip

모스크바 각종 꿀들의 향연, 꿀시장을 가다

by 차가운 가을 2009. 10. 14.
해마다 가을이 잦아들면 모스크바에는 탐스러운 꿀시장이 열린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깔로멘스까야(Коломенская)에서 꿀시장이 열렸는데, 작년부터 장소가 바뀌어 짜리찌노(Царицыно)에서 열리고 있다. 대개 8월말부터 10월 초까지 한 달하고도 보름 여동안 꿀시장이 들어선다. 올해는 8월 28일부터 10월 12일까지 꿀시장이 열렸다.  

꿀시장은 러시아 각지에서 꿀농사를 짓고 있는 꿀농가들이 직접 모스크바까지 와서 판매한다. 그래서 믿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시중보다 싼 편이다. 또한 얼마든지 마음껏 다양한 꿀들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 각 농가들이 자신들이 가꾼 꿀들을 맛볼 수 있도록 그릇에 담아놓고 플라스틱 봉을 구비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말그대로 다양한 꿀맛을 느껴볼 수 있다. 

글쓴이는 꿀시장이 다 끝나갈 무렵인 10월 10일 토요일에 그곳을 들렀다. 아무래도 꿀시장이 막바지에 이르면 가격이 조금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른 물가탓 때문인지 꿀값은 작년보다 더 올랐고 할인하는 곳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3-4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참 많이도 오른 셈이다. 

그러나 토요일인데다가 꿀시장도 며칠 남지 않았고 날씨도 화창한 편이라 그런지 시장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특히 올해는 꿀농사가 잘 되었는지 무려 800 여개에 달하는 농가들이 참여해 빈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천막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꿀시장으로 들어서는 입구. 꿀시장임을 알 수 있도록 "꿀시장"이라고 적힌 각종 플래카드와 간판 및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농염한 꿀내음이 코끝을 휘돌아 스쳐지나가는 듯 하다. 



꿀시장 출입구들. 검색대에 경찰이 지키고 서있다. 별도로 검색은 하지 않아 그냥 통과하면 된다. 러시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건물을 들어갈 때도, 사람들이 모이는 특정 장소에 들어갈 때도 검색대와 경찰은 마치 연인처럼 붙어 있다. 



꿀시장으로 들어서니 꿀을 사러 온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다들 가벼운 옷을 벗어 던지고 초겨울 코트를 꺼내 입었다. 



자신들이 직접 지은 꿀임을 보여주기 위해 농가에서 찍은 사진들을 걸어 놓은 곳도 꽤 있다. 



꿀을 사면 뚜껑에도 꿀이름과 농가 이름을 적어준다. 



글쓴이가 산 꿀에 열심히 꿀이름을 적어 주고 있는 아줌마. 



글쓴이가 산 꿀. 아카시아꿀, 밤꿀, 보리수나무꿀을 각각 500g씩 샀다. 참고로 러시아에서는 밤꿀을 최고로 치며 쓴 맛이 강할 수록 품질이 높다. 밤꿀을 맛보고 다른 꿀을 먹어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밤꿀에서는 깊은 향과 기품이 느껴진달까...



시음을 위해 내어놓은 다양한 꿀들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이런게 진짜 꿀맛이다. 집에 돌아오고 보니 실컷 더 맛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꿀집을 통채로 팔기도 한다. 예전에 호기심에 한 번 샀다가 먹지고 않고 버렸던 기억이 있어서 올해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꿀뿐만 아니라 밀랍으로 만든 양초도 살 수 있다. 



메도부하(Медовуха)라고 불리는 꿀로 담근 술. 꿀술이라 달콤쌉싸름한 맛이 입안 가득 애돌고 꿀향이 잔잔하게 느껴진다. 



밀랍(Прополис),  벌집 구멍을 덮고 있는 부분(Забрус), 꽃가루와 꿀로 만든 새끼벌의 먹이(Перга) 등의 독특한 부분도 판매하고 있다. 건강에 좋다고 한다. 



시식을 기다리고 있는 각종 꿀들. 한국에서 꿀이라고 하면 연갈색 또는 투명한 액체성만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곳 모스크바 꿀시장에서는 고체성 꿀뿐만 아니라 진갈색, 연갈색, 투명, 연노랑, 하얀색 등 다양한 색깔의 꿀들을 만날 수 있다. 

메밀꿀, 아카시아꿀, 보리수나무꿀, 밤꿀, 사과꿀, 멜리사꿀, 호박꿀, 산딸기꿀, 구즈베리꿀, 잡꿀 등 정말로 다양한 꿀들이 시장에 나온다. 



러시아 전통 풀음료.



토끼풀꿀, 메밀꿀 등의 거대한 덩어리 꿀들. 누가 이 거대한 덩어리들을 꿀이라고 생각하겠는가?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굉장한 캐러멜 덩어리가 불쑥 솟아오른 것 같다. 



원하는 꿀을 이야기하면 꿀통에서 꿀을 담아준다. 



꿀시장의 풍경들. 넓은 광장을 에둘러 꿀농가들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고 좁은 길목마다 천막들이 늘어서 있기도 하다. 



집에 가져와서 꿀이 담긴 플라스틱통을 버리고 유리병으로 꿀을 옮겨담았다. 빵에 꿀을 발라먹기도 하고 꿀차를 타마시기도 한다. 올해 겨울도 꿀과 함께 따뜻하게~~~